[골프타임즈=이병희 시인] 밤사이 매트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고 보니, 5시 기상보다 일찍 눈을 떴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간단히 이른 아침을 먹은 후, 06시 10분에 출발, 일출을 보기 위해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지리산 천왕봉에 7시10분에 도착하였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해 뜨기 직전 지리산 정상에서 장엄한 일출을 맞이하고 싶은 순간을 꿈꿀 것이다. 산 아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불타오르듯 떠오르는 일출 직전의 가슴 두근거리는 순간을 말이다.

세상을 비추는 여명이 밝아오고, 그 빛을 따라 시시각각 변하며 한 폭의 아름다운 동양화를 그려내고 있는 풍경은, 지리산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을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멋진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일출을 보는 장엄한 선물도 받았으니, 우리 일행은 간단히 차를 마시며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대원사 코스로 하산하는 일정에  맞춰 발걸음을 재촉했다. 머리 속에는 천왕봉의 일출이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하지만, 어느새 선발대는 중봉에 도착하고 있었다.

얼마나 빠르게 걸었는지 치밭목 산장에 도착하여 이른 점심을 먹은 우리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잠시 쉬기로 했다. 중봉은 1,874m로 지리산에서는 천왕봉 다음으로 높은 봉우리이다. 체력적으로는 많이 힘들었지만 장엄하고 멋진 일출을 보아서인지, 모두들 큰 만족감에 힘든 줄 모르게 산행을 즐겼다.

드디어  화대종주의 최대 난코스인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계곡의 큰 바위 너덜길로 이어지는 코스로 들어섰다. 이쯤에서는 지칠만도 하겠지만 우리는 잘 견뎌내고 있었다. 지리산 화대종주 코스는 딱히 경사가 심한 곳도 없는데, 너덜 길의 길이가 길어서 인지 한층 더 지루하고 힘이 드는 것 같았다.

아직도 산 넘어 산, 대원사까지 3.5km가 남아 있었지만 이정도 쯤이면 지리산 화대 종주에서 보다는 짧은 거리라, 한발 한발 걷다보니 어느새 유평 마을까지 내려와 오후 2시 쯤에  대원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리산의 구간은 일정 거리마다 맑은 샘터가 있어 물 걱정은 덜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하반기에 시작 될 백두대간 산행 계획을 기대하면서, 산과 함께 한 한국여성 산악회 회원들과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게 되어 뿌듯하고 기뻤다.

지리산 화대종주를 마치며 우리는 휴림 식당에서 뒤풀이를 하였다. 2박 3일 간의 종주를 무사히 마친 아름다운 5인 5색 하모니를 마음껏 축하 해 주었다. 아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계절이 바뀌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산행이었음을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지인찬스인 "전북 산악 구조대" 대원들이 대원사에서 화엄사까지 픽업해 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채우려면 설악으로, 비우려면 지리산으로”라는 문구가 생각나는 종주였다.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는, 지리산 화대종주를 안전하고 즐겁게 목표 시간 내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번 산행에 함께 해 준 일행들께 감사를 드린다.

한국여성산악회 회원 5명(김정란, 김경자, 오순희, 박진아, 이병희)

시인 이병희는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대외협력부장으로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문학애정 회원으로 시 문학 활동을 하면서 전국의 유명 산들을 섭렵하며 열정적인 산행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