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이병희 시인] 지리산과 설악산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사랑하는 산이다. 특히 지리산 주능선은 1,500m가 넘는 봉우리를 계속해서 만나면서, 종주 코스를 하는 사람들의 로망이긴 하지만 쉽지 않다는 점이 단점이다.

화대종주(화엄사-대원사)와 성백종주(성삼재-백무동)는 대표로 꼽는 코스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 아닌 고행의 산행을 오히려 즐기는 코스이기도 하다.

지리산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연하천에서 7시40분 출발하여 벽소령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진아와 순희는 사뿐사뿐 가벼운 리듬을 타면서 오히려 즐겁게 등산을 즐기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훈련을 하면 저렇게 가볍게 걸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매번 산행을 할 때마다 허둥대며 따라가는 나는 부끄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선비샘에 도착하였다. 선비샘의 유래는 옛날 괄시 받고 살던 한 노인이 있었는데 죽어서라도 못 받아 본 대접을 받고 싶은 마음에 샘터 위에 묻어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유인 즉 ''언제든지 이 물을 마시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허리를 숙여 마시게 되니, 무덤에 절을 하는 형상이 된다''는 유래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쓰여 있었다.

선비샘의 물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약한 물줄기라도 물을 마시는 이 순간만큼은 허리를 숙여 물을 마시며 쉬어 가라는 자연의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칠선봉과 영신봉 허리를 지나면 세석산장이 나오는데, 우리 일행은 세석산장에서 점심을 먹으며 내일의 산행 일정을 점검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오늘은 편한 마음으로 산행을 하기로 했다. 하얀 눈을 밟으며 걸어온 지리산 능선이 구름에 젖어 있는데, 저 멀리 오늘 묶어야 할 장터목 대피소가 보였다.

얼마나 멋진 일출을 감상하려 이토록 오래 능선 길을 걸어 왔나 생각하며, 우리는 각자의 일을 맡아 물을 끊이고 음식을 조리하며, 내일 새벽에 먹어야 할 주먹밥도 만들어 놓고 휴식을 취했다.
오후 4시30분에 이른 저녁을 먹은 후 장비 점검도 미리 하고 빠른 취침에 들었는데 왠지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산 너머로 천천히 떨어지는 태양이 시간의 흐름을 형상화 하는 것 같았고, 시간이 지나지 않기를 바라보지만 어느새 시간은 지나고 있다.

아름다운 겨울산에서의 밤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으려나 상상하며, 예상보다 편한 숙소에서 감사의 밤을 보내는 화대종주 2일차를 마무리 해 본다.

시인 이병희는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대외협력부장으로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문학애정 회원으로 시 문학 활동을 하면서 전국의 유명 산들을 섭렵하며 열정적인 산행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