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이병희 시인]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러면서도 배낭 가득 짐을 꾸리고 있다.
이대로 게으름 피우다 보면 올 겨울 눈 산행은 힘들 것 같아 혹한 겨울에 지리산 "화대종주"길을 떠나기로 계획하였다.

늘 산행을 떠날 때면  힘을 입어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것도 여전히 지지해 주는 가족의 응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대전에서 합류한 경자와 전주까지 차로 이동하여 전주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제주 등지에서 올라온 일행들과 고양시에 있는 진아의 집에서 모였다. 2박3일 간의 일정과 공동 장비 식량 등을 고루 배분하여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최대한 가벼운 장비로만 채웠다.

그리 가볍지 않은 무게였지만 종주길의 산행은 배낭의 무게와 더욱 밀착시켜 내 호흡과 보폭에 맞추어 걷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 알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짧은 단잠을 청한다.

전주에서 이른 5시에 출발 화엄사 주차장에 6시25분에 도착하였다. 화대종주는 화엄사를 시작하여 대원사로 하산하는 것이 목적이며, 2박3일간 12키로 이상의 배낭을 메고 1,500고지 이상의 산을 계속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여야 한다.

화엄사에서 무넹기 고개까지는 등산로 초입으로 그저 평이하다고나 할까. 한 여름이 생각난다
물소리, 새소리를 벗 삼아 걷던 걸음이었는데, 한 겨울 마른 낙엽과 간간히 보이는 눈을 보며 걷다보니 어느새 노고단 갈림길이 나왔다.

노고단은 바람도 구름도 섬진강을 내려다 볼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 멀리 강 위에서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연하천 대피소 까지 가야하는 여정이다. 겨울철 등산은 아이젠과 스패츠의 안전 장비를 꼭 착용해야 한다. 또 겨울철 산행에서는 겉옷을 벗고 입으며 체온 유지를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참을 오르다보면 등줄기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잠시 쉬는 사이에 그 땀이 얼음장이 되면 저체온증을 유발할수 있다. 옷을 빠르게 입고 벗고 하는 과정에서에서 겉옷을 배낭에 걸쳐놓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노고단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종주하는 느낌으로 걷고 또 걷다 보니 겨울답지 않게 햇볕 가득한 능선길이 펼쳐진다.

경자, 진아, 순희는 지리산의 상징이라는 반야봉을 오르기 위해 우리와 잠시 헤어졌다. 만물의 참 모습을 바라보면서, 온갖 번민에서 벗어나 성불에 이르는 마음은 어렵다는 것을 느끼며  씁쓸하였지만 그냥 지나치기로 하였다.

삼도봉(1,499m)에서 전북, 경남, 전남 천지인이 하나 됨을 기리기 위해 삼각 모양의 뾰족한 표지석을 만들어 놓은 곳이 있는데, 지금까지 얼마나 하나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쉬면서 차 한 잔으로 목을 축인다.

산줄기를 바라보며 걷다보니 조릿대의 스쳐가는 소리가 사각사각 들려온다. 반야봉을 기준으로 동쪽인 토끼방향이기 때문에 토끼봉이라고 부른다 한다.

이제 연하천 대피소 까지는 3km 남아있다
화개재에서 토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조금씩 고도를 높이고 있는 것 같은데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 이어졌다.

오후 4시 40분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반야봉을 오른 세명은 조금 늦은 시간 5시 10분에 도착하였다. 오늘 묵을 산장인 연하천 대피소에서 저녁을 먹었다.  하얀 눈길을 걷는 겨울 산행은 힘은 들면서도 내면으로는 깊게 파고드는 신비한 기쁨 같은 것이 있다.

대피소의 소등은 8시 이므로 지리산의 깊은 어둠에 빠져 이른 잠을 청한다. 대피소의 매트리스 소리가 유난히 삐그덕 거리는 밤이다.

시인 이병희는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대외협력부장으로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문학애정 회원으로 시 문학 활동을 하면서 전국의 유명 산들을 섭렵하며 열정적인 산행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