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어느 날 부턴가 수면을 방해하는 불청객이 생겼습니다. 늘 숙면을 했는데 잠들지 못하게 하는 어깨 통증이 벌써 몇 달 째 함께 살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힘줄 하나가 통증을 유발하는 것 같다는데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그저 통증이 완화 될 때까지 치료를 받으라는 말 뿐이었습니다. 3개월 넘게 병원을 오가고 있는데, 통증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그동안 느껴본 적 없는 이런 일들은 제 몸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게 합니다.

지금껏 살면서 큰 병으로 약을 복용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 감사 했는데,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나이 즈음에는 복용하는 약이 많아진다고 합니다. 병을 완벽하게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단지 증상을 멈추게 할 뿐이라며 꾸준히 약을 먹으며 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합니다.

소중한 것들을 지나쳐 버리고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현혹되어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 보니,  몸은 온통 부종으로 거대해 져 있었습니다. 심각한 통증 사이로 먼저 가신 엄마가 너무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살면서 받은 사랑  중에 가장 큰 사랑을 주셨던 엄마의 삶을 저는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돕지도 못했습니다. 칠순이 되기도 전 어느 날 밤, 심장 마비로 갑자기 삶을 마감하신 엄마. 황망한 자식들의 아픔은 더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섯이나 되는 자식 중 단 한 명도 곁에 없었던 그 밤에  홀로 떠나신 엄마의 삶. 고된 시골 살이와 함께 여섯이나 되는 자식을 키우셨는데, 혼자 얼마나 많은 통증의 밤을 지새우셨을지……
그리움을 딛고 선 미안함에 지금도 눈물이 흐릅니다.

살다가 잠시 쉬어 가라는 신호일지도 모를 이런 불편한 시간들이, 오히려 삶을 새롭게 정리 정돈해 보라는 뜻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훗날 제 아이들의 삶에도 그리움보다 행복한 추억으로 엄마의 자리가 채워질 수 있도록 소중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야겠습니다. 곧 다가 올 봄날 그 때에는, 딸과 함께 고운 벚꽃길을 걸을 수 있도록 후련하게 통증과 이별한 내가 되어 있기를 바래 봅니다.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