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많은 일들이 꼬이고 엉키고 그런 이유로 숨조차 쉴 수 없는 그런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해맑았으나 엄마의 마음은 날마다 불편함이 가중되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은행 앞을 지나다 문득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은행문을 활짝 열고 들어간 나는 신용대출을 받으러 왔다고 큰 소리로 말했고 은행직원은 담보없이 1,500만원까지 신용대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럼 그 중 300만원만 대출받겠다고 했더니 5분도 되지 않아 통장으로 돈이 입금이 되었습니다. 대출금을 받아 들고 아이들을 찾으러 유치원으로 갔습니다. 엄마를 본 아이들의 눈망울이 커집니다.

지금 당장 제주도로 여행을 갈 거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비행기타고 가는 것이냐며 환호성을 지르고 춤을 추며 좋아합니다. 신난 아이들의 장난감과 옷을 주섬주섬 꾸려 공항을 향했습니다. 예약하지 않았음에도 제주행 비행기표가 있었고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시간으로 표를 끊어 아이들을 태우니 참새처럼 떠들어대던 아이들은 피곤했는지 금새 잠이 들었습니다.

도착한 제주에서 좋은 차를 렌트하고 가장 비싼 호텔을 예약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알아 두었던 고급 식당도 찾아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화려한 식당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지는 아이들은 신이 나서는 소리를 지르고 야단법석을 떱니다.

그렇게 2박 3일을 좋은 곳에서 잘 먹고 자고 신나는 시간을 채웠습니다.  대출받은 300만원으로 놀고먹고 즐기다 보니 우리의 여행은 제법 즐거웠고 마음 속 깊게 자리잡고 있던 근심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조각조차 보이지 않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우리의 여행은 제법 화려하고 괜찮았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에 도착해 지갑을 보니 1,000원도 안 되는 돈이 남았습니다. 신비로운 것은 그토록 힘들었던 숨쉬기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첫 가족여행은 그렇게 대출로 시작이 되었고, 그 후 아이들은 여행의 맛을 알아버렸습니다. 가족 여행은 아이들이 기획해서 즐기는 분기별 가족 행사가 되었고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한 지금까지 가족 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300만원이 선물해 준 제주 여행의 용기는 참으로 잘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마땅하게 행복해야 합니다. 행복해지려면 무조건 여행을 떠나 보아야 합니다. 어떤 여행이든 돌아오는 주머니에는 신기하게도 여행의 답이 담겨있습니다.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