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오늘도 적어 본다.

잠시 하루를 돌아보며 제일 나를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였던 것을 먼저 적어본다. 그리고 즐거웠던 시간을 찾아본다. 행복했던 순간을 적고 나서 내일은 무얼 하나, 해야 할 일들을 찾아서 적어 나간다.

꽤 오랫동안 습관처럼 일기를 적어왔다. 왜 일기를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지 생각해본다. 누군가와의 대화가 필요한 때 그 누군가가 혼자만의 넋두리였던 걸까. 친구에게 다 풀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와 부모형제라도 해야 될 이야기와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가 있으니 피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세상은 하도 놀랍고 재미있어서 그냥 보아 넘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똑같아 보이는 날에도 나에게는 특별하게 나를 자극하는 일이 있고, 작은 슬픔과 고통과 기쁨도 남다르게 다가오는 날이 있다.

그런다고 매 냥 일기를 쓰지는 않는다. 너무도 힘든 일이 쌓일 때는 잠시 쉬어간다. 그 슬픔과 고통을 이기기 힘들 때는 잠시 덮어두고 새로운 기쁨이 찾아들 때까지 기다린다.

반생을 살고 보니 쌓여있는 일기장은 빛이 바랬다.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도 매일이 다르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다르고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 켜켜이 쌓여가는 내 일상이 재산이 된다. 펼쳐보는 장면마다 주옥같이 되살아나는 그 옛 시절이 또 그리웁고 반갑다.

치열하게 살아 온 시간이 거기 있었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이 꿈틀거린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경험하여 비축해두는 창고가 일기다.

그렇게 내가 소유한 그 시간이 타임머신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간 속에서 나의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해 분석할 수 있는 자료가 되어준다. 내가 쌓아 올린 것들이 더러 무너지기도 하고 다시 보수하며 돋우는데 디딤돌이 되어주기도 한다.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현재의 시간을 잘 다듬어 보람 있는 일을 하며, 일을 통해 바람직한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후대에 올 누군가를 위해 창고를 활짝 열어 흥겨워하며 새로운 지표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오늘도 적어본다. 되돌아보는 것은 나아가기 위함이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