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송수복 시인] 높은 지대에 살다 보니 오르막길에는 늘 힘들다고 불평을 했습니다. 무거운 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싫었습니다. 하지만 장마철에 폭우로 홍수 피해를 심하게 겪은 지인들을 보면서 오히려 불평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높으면 높은 데로 낮으면 낮은 데로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가 봅니다. 예전에는 동네가 재개발 된다고 길게 현수막이 걸렸었는데 이제는 재개발은커녕 멀쩡한 단독 주택을 때려부수고 빌라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옆집 절친이 이사를 가고 허전했는데 그렇게 튼튼한 2층 집 두 채를 헐어내고 5층짜리 빌라를 짓는다고 합니다.

좁은 골목들이 다 공사장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인부들 모여들고 시끌벅적합니다. 먼지에 소음까지 문을 열어놓을 수가 없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신경이 예민한 우리 부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내년 3월쯤에나 끝날까 생각하는 관계자 측 얘기입니다.

코로나19도 다시 심해지고 날마다 집에만 있는 남편이 얼마나 스트레스 받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뜨거운 땡볕에서 땀 흘리며 힘들게 일하는 인부들을 보면서 그러려니 하다가도 철근을 내리치고 집어던지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깜짝깜짝 놀라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그 많은 시간들을 견뎌야 하는 정신적 피해는 어떻게 할지, 최소한 주위에 소음으로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다는 안내문이라도 걸어 놨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우리도 언제까지 이곳에서 살지는 모르지만 한 번쯤은 이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남편이 아파트를 싫어해서 높아도 단독주택이 좋다고 계속 눌러살고 있습니다. 재래시장이 좋고 교통이 편해서 오십 년이 넘게 정들어 온 곳을 떠나서는 못 살 것 같습니다.

이제 나이 들고 보니 이웃이 좋고 조용하면 더 좋고 우리 부부 마음 편히 살 곳이면 높고 낮음 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빌라들이 들어서면서 동네는 낯설어 보이지만 새로 지은 건물들이라 깔끔해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오래된 주택보다는 작은 평수라도 새로 지은 아파트나 빌라로 옮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단독 주택만을 고집하는 남편의 마음을 사야겠습니다. 이웃과 지인들 평화롭고 사랑하는 문우님들께 행복한 9월을 맞아 풍성한 결실을 기원합니다.

시인 송수복은
시와수상문학작가회 회장 송수복 시인은 서울시 청소년지도자 문화예술 대상·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수상. 시낭송과 시극 등 다양하게 활동하는 송 시인은 첫 시집 ‘황혼의 숲길에’ 이어 두 번째 시집 ‘달빛에 누워’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