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송수복 시인] 한 곳에서 이십년 넘게 살았지만 직장과 개인 생활로 바빠서 이웃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코로나19로 2년 넘게 집에만 머무는 동안 자연스럽게 이웃과 마주하는 일들이 잦았습니다. 대문 열면 마주치는 이웃과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두 딸을 출가시키고 난 후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살면서 집안에는 반질거리는 크고 작은 항아리로 꾸미고 이름 모를 화초들을 키우는 부부는 화초 가꾸는 데 일가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입구에서 2층까지 화초와 꽃들로 꽉 들어차 있어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됩니다. 그녀의 남편도 자상하고 부지런해서 항상 골목이 깨끗합니다.

가끔씩 그녀가 주는 군고구마가 꿀맛입니다. 마음도 그렇게 포근하고 따뜻합니다. 내가 준 시집을 꼼꼼하게  읽고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은 유일한 팬이기도 합니다. 봄볕이 내리는 날 그녀와 마주 앉아 분갈이를 하며 가꿀 줄 몰랐던 회초 가꾸기에 대해서 많이 배우기도 합니다. 도란도란 세상사는 얘기를 하며 예쁜 꽃처럼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어느새 스스럼없이 음식도 나누어 먹는 형님 아우로 "멀리 있는 친척 보다 이웃사촌이 더 낫다''는 말을 실감하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좀 더 일찍이 알고 지냈더라면 좋았을 걸 너무 아쉽네요!"라고 말끝을 내립니다. 뭐가 아쉽냐고 했더니 집이 팔렸다면서 둘이서 살기에는 너무 넓어서 작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고 합니다.

나는 갑작스런 말에 놀라며 당황했고 그녀도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정들자 이별이라니 우릴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다행히 그리 멀리 떠나는 건 아니고 지하철이 연결되는 가까운 곳이라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서로 잊지 말고 지금처럼 가깝게 지내자고 그간의 정을 다시 확인합니다.

이삿날이 임박해  오면서 그동안 정성과 사랑으로 가꿔온 반려 식물들을 죄다 나눠줬습니다. 우리 집에도 크고 작은 예쁜 화분으로 그럴싸한 정원을 꾸며 주었습니다. 눈 뜨면 마주하는 사랑스러운 것들입니다. 제라늄과 허브 향이 코끝을 자극하고 하얀 꽃이 피더니 파란 꽈리가 대롱대롱 매달렸습니다. 다육이도 포동포동 귀엽습니다.

식물이 주는 값진 오감을 한 몸에 받으며 그녀의 정성과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 전하면서 예쁘게 잘 키우렵니다.

시인 송수복은
시와수상문학작가회 회장 송수복 시인은 서울시 청소년지도자 문화예술 대상·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수상. 시낭송과 시극 등 다양하게 활동하는 송 시인은 첫 시집 ‘황혼의 숲길에’ 이어 두 번째 시집 달빛에 누워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