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송수복 시인] 요즘은 세상이 살얼음판 같아서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이 정말 기적인듯 합니다. 티브이를 틀어도 전화기를 열어도 정치싸움에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에 듣기만 해도 가슴이 조마조마 합니다. 그나마 휴대폰을 열면 모든 소통의 문이 열려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아침부터 지인들의 문자에 정신이 없습니다. 어디는 아들 결혼식이라 모바일 청접장을 보내와서 축하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는데,  정말 듣고 싶지 않은 비보의 전화도 걸려 옵니다. 고향 친구의 사망 소식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몇 번씩 전화가 와서는 뜬금없는 소리를 하기에 이해가 안가서 혹시 치매가 아닌가 안타깝기도 했고, 동갑내기 친구들 환갑여행 다녀왔던 추억을 나누다가 까르르 웃기도 했었습니다. 다시 만나 여행도 가자고 약속했는데 그  사이 치매가 심해져 요양원으로 들어갔나 봅니다. 지병까지 있는데 오미크론 확진으로 결국은 혼자 조용히 하늘 여행을  떠나버렸습니다.

더 비참한 일은 장례 절차도 밟을 수 없어 그대로 대기 중이라고 합니다.

시신을 비닐에 둘둘 말아서 그대로 방치해 둔 상태라고 하니 그야말로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픕니다.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옛 말에 죽는 복도 타고나야 한다고 하더니 이런 세상에서  비참히 떠나고나니 그 말이 새삼스레 뇌리를 스쳐갑니다.

그렇게도 보고 싶어 하면서 같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겁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내 별명은 코미디언이었습니다. 웃고 즐기는데 한몫 했으니까요.  더 많이 함께 하지 못해 후회도 되고 시끄러운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이제나 저제나 미루다가 끝내 후회를 낳고 말았습니다.

일찍부터 사는 일도 잘 배워서 누구에게나 본이 되어야 하는데 너무나 멀리 와버렸습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세상 더 바쁘게 죽음도 미리미리 배워둬야겠습니다. 죽을 복을 짓는데 소홀하지 않게 바르고 착하게 살아야겠습니다. 사랑하는 친구가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잠들기를  바라며...

시인 송수복은
시와수상문학작가회 수석부회장 송수복 시인은 서울시 청소년지도자 문화예술 대상·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수상. 시낭송과 시극 등 다양하게 활동하는 송 시인은 첫 시집 ‘황혼의 숲길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