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병국 작가] “꼭 받아야 하나요?”
-받으셔야 합니다.“
“다른 치료 방법은 없나요?”
-현재는 화학요법 항암치료가 우선입니다.
“방사선은요?”

화학요법 항암치료 주치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모니터 화면에 여러 장의 사진을 띄웁니다. 발가락과 손가락의 흉한 환부 사진입니다. 뭐랄까? 심한 화상의 환부 같은 그것은 항암치료의 후유증 사진이었습니다.

목에 걸고 있던 난시 안경을 쓰고 환부를 자세히 보려다가 외면합니다. 새까맣게 죽으며 빠지고 있는 발톱들, 시뻘겋게 문드러진 손가락의 지문 마디가 한마디로 끔찍했습니다. 두 발은 지독한 부기로 터질 듯 했고, 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환자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요.
숨을 죽이고 주치의 얼굴을 주시합니다.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후유증입니다.

2019년 2월 10일경으로 기억합니다.
큰 수술로 떨어진 체력이 회복되면 곧바로 아침저녁의 항암복용제와 월 1회의 항암주사 치료에 들어간다는 설명에 쫓기듯 진료실을 나왔습니다. 그날 입원실 창가에서 밤늦도록 별도 없는 하늘을 쳐다보며 절망했습니다.

어차피 암으로 죽을 목숨이라면 당장 데려가라고 분노의 기도를 했습니다. 이미 2008년 췌장과 갑상선암으로 항암치료의 견뎌내기 어려운 고통을 경험했기 때문에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싶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울컥울컥 치솟는 구토는 뼛속의 진까지 빼냈습니다

그 고통을 다시 겪으리라, 상상치도 못 했는데 눈앞의 현실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위와 십이지장, 담낭암은 몽땅 드러내고, 재발한 췌장은 30%만 남기고 절제하면 급한 불을 끄지만, 림프암은 아니었습니다. 항암제 복용과 세 시간 정도 걸리는 항암주사를 매월 맞아야 했습니다.

2019년 8월 말 항암치료가 끝났으나 20개월이 지난 2021년 5월 말 현재도 후유증은 계속 진행입니다. 발톱은 주치의가 보여준 사진처럼 빠졌고, 손가락의 지문 부위는 다행히 문드러지지 않았으나 고통의 뿌리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두 발은 움직이지 않으면 발작 같은 통증이 없습니다. 정강이뼈를 뒤틀어버리는 쥐도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기가 빠지지 않은 발은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 가시나무가 박힌 듯 통증이 일어납니다. 경사가 조금이라도 있는 길에서는 두 다리가 천근만근입니다.

글피이면 6월인데 아직도 수면양말을 신고 잠자리에 듭니다. 시린 발등이 언제 가실지 모르지만, 이제는 숙명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야 항암치료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항암치료의 두려움 / 정병국

화학요법 치료
온 몸에 핵폭탄을 주입했던
2008년 2월 중순 60대 초반에도
견딜 수 없어 더는 못 하겠다고 매달렸던

차라리 췌장암과 갑상선샘 암
그 통증으로 사는 날까지 살겠다고 애원했는데
이제 또 항암치료라니
죽음 앞의 목숨이다

어느 암환자는
호랑이에게 물려 죽는 고통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지독한 악몽이었다고 덧붙였는데

다시 그 길을 걸으라 하니
가장 악랄한 저승사자 주치의
거역할 수 없어 고개 숙였지만
가슴 속에 응어리지는 말

당신도 함께 받읍시다

※정병국 암 투병 시집 50쪽 전문

소설가 정병국은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대표,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발행인, 한국문협 회원으로 월간 현대양계에 콩트 연재중이다. 시집 ‘새 생명의 동행’, 소설집 ‘제3의 결혼’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