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온 산의 단풍이다. 거리마다 노란 황금 주단이 깔리고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풍경이 넉넉하다.

주말이라고 나섰다. 모임에서 주선한 덕유산 기차여행. 기차를 타고 역전에 마련된 버스를 이용해 힘들지 않게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삼삼오오 친구들과도 어울려서, 모임멤버들과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주거니 받거니 술잔이 오간다. 여기저기 취객의 높은 소리가 산에 오르기도 전에 가득하다. 오늘 하루는 봐주는 거란다. 너나없이 주말이라고 즐기러 나왔으니 말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손자 보느라 힘겹던 시간, 퇴직 후 경비라도 서 보겠노라 비굴했던 시간, 다 떨치고 나섰다.

국립공원 들어서면서 차는 밀리기 시작했고, 화장실은 줄을 서고, 케이블카는 멀고 먼 줄이 고개를 쑥 내밀어도 타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 쉬러온 거야 그러니 바쁠 거 없어. 그 시간에 풍경 즐기면 되는 거야.’

어렵사리 올라탄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여기도 사람으로 밀린다. 줄을 서서 산을 오르고, 향적봉표지 인증샷을 찍겠다고 또 줄 선다. 줄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선다. 정상 바위는 사람들 엉덩이에 묻혀 알록달록하고, 사람 속을 헤치고 간신히 멀찌감치에서 한 장 찍는다. 맞추어 놓은 시간은 다가오고 내려갈 길도 줄 서서 가니 뛰고 싶어도 뛸 수도 없다.

인산인해 속에 증폭되어 가는 짜증은 서서히 지치게 만든다. 그저 파란 하늘을 보고, 알록달록 단풍도 더불어 보고, 맛난 것도 먹어보고, 콧바람 신바람 날거라 기대하였건만 현실은 나눌 사람이 너무 많았다.

쏟아져 나온 사람. 남 갈　때 나도 가야하고, 이 계절이 아니면 못 본다고 덤벼드니 그 속에 나도 한 명 추가다. 이렇게라도 힐링했다고 위안을 가지며 또 한 주를 보내겠지. 시간에 쫓기고 사람에 밀려 먹는 것도 전쟁이요, 준비된 스케줄대로 움직이다 돌아왔다.

마음 한 자락 내려놓을 자리 못 찾고 돌아와 내려앉은 허리 부여잡고 한의원 들러 침 맞고 찾아간 곳은 소마미술관의 테이트 명작전. ‘거장들이 예술로 담아낸 인간의 아름다운 몸’을 실컷 보고 나니 몸도 마음도 조용해졌다. 로댕의 ‘키스’는 꿈꿀 수 있어 좋았고, 역사적 누드와 표현주의 누드의 그 섬세함에 매료되었다.

고요함 속에 힐링하는 데는 두 시간으로 충분했다.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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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