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아들과 늙은 남편, 어쩜 그렇게 다를까. 짜인 틀은 없지만, 통상적인 삶의 차이가 현격히 다르다. 옛날엔 무소유위(無所猷爲)로 세월을 낚던 한량 같은 선비가 많았다. 집안 곳간이 비었는지도 모르고 기생방에 노름판으로 돌아다니며 도포 자락만 펄럭였다.

개화기를 맞아 남정네들은 산업전선으로 나서고, 해뜨기 전에 나서 해가 져야 돌아오는 산업역군이 되었다. 그렇게 돈만 벌어다 주면 가장으로서 대접받았다. 집과 회사밖에 모르던 남편은 이제 퇴직하여 안식처에 들어앉았다. 퇴직한 남편은 무얼 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한동안은 친구도 만난다, 그동안 안 해 본 일들을 해보겠다고 나서다 시들해졌다. 이젠 집에 들어앉아 TV 보기에 빠졌다.

그야말로 하늘같던 남편이 ‘삼시 세끼’가 되었다. 허나 어찌하나. 아내는 이미 창밖 세상에 훨훨 날고 있는데, 젖은 낙엽처럼 달라붙는 남편의 존재가 귀찮기만 하다.

“얘! 말도 마라. 취미 생활이라도 함께 해 볼까 하고 산악회 데려갔다. 한데 이건 상전 대접 받으려 하니 이 사람 저 사람 눈치가 보이는 거야. 다니는 길마다 챙겨줘야 하고, 힘들다고 안 올라간다 하니 나도 못 올라갔지. 내 다시는 같이 안 간다고 했다.”

“따라나서기라도 하니 다행이다. 애들이 두 분 다녀오시라고 오페라 티켓을 예매해 왔는데, 그거 꽥꽥 소리 지르는 거 싫다고 편하게 집에서 TV나 본단다. 내 참 기가 막혀서. 그래 살살 달랬지. 애들이 가라 할 때 열심히 다녀야 다음에도 보내준다고 하니까, 안 가고 말지 뭘 그리 다니려고 하냐고 오히려 큰소리다.”

삼시 세끼 다 차려주어야 해. 어디 동행해도 다 챙겨주어야 하니 언제 남편에게서 헤어나겠냐고 푸념이다.

아들은 주말이면 며늘애와 여기저기 함께 다닌다. 집안일도 분리수거는 당연하고, 냉장고 청소며 집안 정리까지 다 해준다. 계절 따라 옷장 속의 옷도 버릴 거 버리고 깔끔하게 정리한다. 육아도 함께하며 놀아주고 병원도 동행한다. 생일은 말할 것도 없고 100일, 300일, 500일 기념일마다 다 챙긴다.

‘아들에게 돈다발 받았다. 생일이라고 꽃 속에 돈을 말아서 꽂아 준거야. 세상 그런 돈다발은 처음 받아보았네. 편지봉투에 받는 용돈보다 근사하더라.’

시대 따라 변할 줄도 알아야 현명하다. 뭐라도 배우며 늘 새롭게 변해야 백세시대 살아남을 것 같다.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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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