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가을의 햇살은 몸살기 같다. 푸르고 붉고 노란 빛깔들이 무르익고 터지고 날리며 눈과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니 말이다.

산마다 단풍잎보다 더 많은 알록달록한 등산객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짬나는 주말 오랜만에 산행 계획을 세웠다가 꽉 막힌 도로와 주차난을 보고 포기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가을은 또 그렇게 사람들로부터 몸살을 얻는 것이다.

잠들기 전 감성을 두드리는 귀뚜라미 소리가 요즘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 많던 풀벌레들조차 몸살을 앓는 것인지. 내 귀에만 들려오지 않는 것인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가을의 소리가 아쉬운 밤. 작고 사소해서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들이 문득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올가을 한 번도 듣지 못한 귀뚜리 소리처럼 말이다.

한밤중 만추에 젖은 비가 내리고 옛적 그리움들이 꿈결을 뒤흔들면서 생각 속의 몸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래서 아직, 또다시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는 것처럼…

뜨겁게 한 번 더

한 밤중 길 모퉁이 돌아서면
비딱하게 선 네온의 명암에 취해
후각을 잃어버린 가을비가
왜 그리 뜨거웠든가

과거의 몸살처럼 끓어오르는 불빛이
이 홉 들이 술병만큼 가벼워져
잎 새의 빈틈으로 한소끔 가라앉는데
바닥에 이르러서야
자꾸만 헛기침을 해대는 상처

추억을 묻지 않는 시간이 어디 있으랴
더러는 미워하며 상처가 아물고
더러는 원망하며 아픔도 가라앉는 것을

더 이상 종점으로 갈 수 없어
낯선 가로등이 되던 여자
삶은 아직 뜨거웁다

박소향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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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의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