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으날‘

잘 아는 여가수의 열창을 따라 부른다.

추석이 다가오면 타지를 돌던 가족들이 돌아오고, 산소 벌초도 하며 추석맞이 준비에 정신없었다. 2~3일 전부터 시장 봐서 꼬지 산적과 넓적한 돼지고기 전에 고구마‧버섯‧파‧미나리‧부추‧깻잎 전이 채반마다 그득했다. 아이들은 들며 나며 반은 집어먹어도 음식은 가득했다.

익반죽한 하얀 쌀가루에 깨며, 밤이며, 콩을 듬뿍 넣어 누가 예쁘게 빚는지 눈 맞추기 했던 송편. 송편을 찔 때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의 솔잎도 미리 준비해 두었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신 큰집에는 작은집 사촌 등 친척들이 방마다 모여 그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부엌이며 마당에선 동서들의 웃음소리가 높았다. 시아주버니 흉도 보고 자식 자랑도 하며 쏟아놓을 이야기보따리는 잠을 잊고 이어졌었다. 추석 날, 차례를 지낸 후 성묘까지 마치면 돌아가는 손마다 차례 음식을 싸줬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이젠 산소 대신에 봉안당이라 하여 아파트처럼 켜켜이 쌓은 네모난 유리 벽 너머 항아리에 절을 한다. 차례도 집에서보다 절에 맡기고, 성당에서 미사로 대신하고, 교회 예배로 가늠한다. 여행 간 콘도에서 차례 상까지 차려주니 조상님이 감지덕지하며 잘 찾아오실지 모르겠다.

마당 안팎으로 뛰어다니던 꼬마 녀석들 장성하니 결혼하라는 잔소리 듣기 싫다고 훌쩍 떠나 버린 집에서는 두 양주만 차례를 지낸다. 옛 시절 그리워하면 뭐하랴. 세월 따라 풍속도도 바뀌니 따라가야지.

모여라, 소리치지 않아도 명절이면 으레 찾아들던 가족들도 이젠 다 제가끔 바쁘단다. 조상님 뵐 면목 없다고 대성통곡이라도 해야 하는 건지. 회사 바쁘다, 해외 출장이라고 안 오는 형제들에게 소리쳐본들 소용없다. 이제 자식이라고 하나, 둘만 낳는 세상이니 아들도 손주도 없으면 차례 상은 뉘 차릴꼬.

그러나 나는 올 추석에도 차례 준비하겠다고 고구마에 파, 미나리, 부추, 깻잎도 다섯 봉이나 샀다. 아들 녀석은 힘들게 무에 부치느냐고 전집에서 사란다. 엄마 힘들다고 생각해주니 고마운데, 엄마는 너희들 데리고 앉아 전 부치련다. 조상님께 자랑해야지.

“손주 놈이 부친 전이랍니다.”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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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