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과 '저수지게임'이 박스오피스 10위권 내에서 선전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골프타임즈=김윤겸 칼럼니스트] 최근 극장가는 바야흐로 ‘다큐멘터리 전성시대’다. 지난달 개봉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KBS·MBC 언론장악 실태를 고발한 ‘공범자들’은 14일 기준 24만5275의 관객을 기록했고 이달 개봉해 이명박 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내용을 다룬 ‘저수지게임’은 6만8977명으로 선전중이다.

이들 영화는 모두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박스오피스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적은 상영관 수와 주로 오전과 심야에 몰려있는 상영 시간대에도 이 정도 성적이면 상당히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가수 김광석의 타살 의혹을 제기한 영화 ‘김광석’도 박스오피스 16위에 올라있다. 또 다음달 26일 개봉하는 이른바 ‘박사모 신드롬’을 분석한 ‘미스 프레지던트’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저예산 영화계에서는 다큐멘터리 성공사례들이 속속 등장했다. 지난 2008년 개봉해 약 296만명을 동원한 ‘워낭소리’와 지난 2014년 약 4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는 전무후무한 성공을 기록한 작품들이다. 지난 5월 개봉한 ‘노무현입니다’ 역시 약 185만명의 ‘흥행대박’을 기록했다. 이들 영화는 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 시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고 다양한 영화들이 쏟아지는 기폭제가 됐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의 정치적 상황과 방송가 환경의 변화는 다큐멘터리 영화 시장을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방송 또는 여타 매체에서 흔히 접하기 힘든 정치적 소재를 영화로 제작하는가 하면 지난 정권의 방송 장악으로 인해 방송국을 떠난 인력들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정치·사회적 이슈를 폭로하는 작품들이 많다.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각종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은 폐지되고 이를 제작해왔던 인력들은 방송사를 떠나야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플랫폼을 영화 쪽으로 옮겨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공범자들’을 연출한 최승호 PD는 지난 정권들의 방송장악으로 MBC를 쫓겨나 독립언론 ‘뉴스타파’를 통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던 인물이다. 또 이보다 먼저 MBC 교양국을 퇴사해 ‘트루맛쇼’ ‘MB의 추억’ ‘쿼바디스’등을 연출한 김재환 PD는 ‘미스 프레지던트’까지 이어지는 사회·정치 고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다. 지난 정권의 방송장악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침해는 고스란히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낳은 것이다.

사실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관객들의 입장에서 보는 재미가 없다면 이렇게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 영화들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을 들춰내는 것 뿐 아니라 영화적 재미를 확보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명박 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내용의 ‘저수지 게임’의 경우 어지간한 스릴러 못지않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범자들’에서는 방송장악을 하는 과정들이 스크린에 비춰지며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정치·사회 분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한다.

지난해 불거진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은 그동안 숨겨졌던 정치권의 각종 의혹들이 터져 나오는 계기가 됐고 이 과정을 지켜보는 시민들에게는 마치 이른바 ‘막장 드라마’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드라마를 전하기도 했다. 이는 실재한 현상을 다루는 다큐멘터리가 극영화 못지않은 극적 장치나 드라마틱한 요소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극장용 다큐멘터리가 향후 어떤 작품과 주제를 선보일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는 확실히 최근 대형화·물량화 되면서 안정적인 흥행공식에 의존하는 극영화의 천편일률적인 스토리 라인이나 소재와 비교해 틈새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김윤겸 칼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김윤겸 컬럼니스트는
TV리포트, 티브이데일리, 시크뉴스에서 취재팀장을 담당했다. 현재 트레블라이프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