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집을 다 비우자 / 문득 한낮이 밝은 것에 놀랐다

독특한 ‘시인의 말’로 ‘허공으로 솟는 뿌리’ 시집을 선보인 박향 시인은 2004년 시집 ‘바람은 혼자 울지 않는다’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중견시인이다. 두 번째 시집 ‘해바라기’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시집에서 박 시인은 완숙한 시상(詩想)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생의 문서/ 꼭 쥔 두 주먹 흔들며/ 왜장친다 응애 응애 // 힘 모아 부르는/ 우주의 태동소리  -박향 시, 햇귀 전문-

이 ‘햇귀’는 어쩌면 박 시인의 가슴 속에 간직한 시에 대한 진실의 고백일는지 모른다. 70 고희의 산상(山上)에서 비로소 자각한 시인으로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새 생명의 태동에 비유한 듯싶다. 그동안 발표한 작품을 냉정하게 성찰하면서 느꼈던 아픔이 새로운 시인으로 탄생하게 된 기쁨에 비유했는지도 모른다.

박 시인의 시에는 어려운 말들이 없다. 숨이 꽉꽉 막히고 뼛속까지 아픈 시상(詩想)도 들풀이 바람에 흔들리듯 자연스럽게 풀어간다. 뭐랄까? 살살 문지르기만 해도 배앓이가 사라지는 엄마의 약손 같다고 할까. 때로는 선문답의 시로 당황케 하지만, 시심(詩心)은 여리고 착하다.

세 번째 시집 역시 정감어린 시와 함께 자연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사진으로 우리네 아픈 삶을 따뜻하게 위로해준다.

불교문예 간행 / 128쪽

김한솔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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