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민 푸념에세이 47화] 간장 종지인가 대접인가

[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아니, 세상에. 지금이 몇 시인데…”

아침도 안 먹고 가서 여태 일만 했다고? 밥도 안 주는데 뭔 일을 그리 열심히 해. 먹고 살자고 하는 일에.

시간은 점심시간을 넘어서 식당에선 쉬는 시간이었다. 길길이 뛰는 친구 따라 인근 식당에 들어가 밥을 시키고, 배고픈 김에 맛나게 먹었다.

서로 아픈 일상을 이야기하고, 돌아오는 명절 걱정과 벌초 이야기하며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친구는 명절 잘 지내라며 마침 먼 곳에서 꿀이 두 통 들어왔다고 그중 하나를 챙겨준다. 언제 찾아와도 반겨주고 보듬어주고 편안한 친구다.

그런 친구가 있는가 하면, 자기 욕심만 차리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얌체 같은 친구도 있다. 저는 귀한 몸이라 놀러 가도 짐 하나 안 든다. 앉아서 이거 줘라 저것 줘라하며 어제는 백화점에 가서 쇼핑한 자랑질과 성형외과 들러 주사 맞은 이야기다.

“얘들아, 거기보다는 오늘 내가 쏠 테니 그럴싸한 곳으로 가자. 맨날 먹는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뭐니? 뷔페로 가자.”

친구들은 내 돈 내는 것도 아니니 우르르 따라나선다. 친구에게 매번 당하면서도 모른 척 하며 가는 모습들이 또 심란하다. 저렇게 끌고 가 먹으면서, 오늘 참석하지 않은 친구 험담을 늘어놓은 그 작태를 봐야 한다. 빠진 사람만 귀 간지러운 것이다.

저 친구에게 돈도 없으면 어찌 지낼까 싶기도 하고,

예전 같으면 안 먹고 안 듣는다고 빠져 버렸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나이다. 그래 너 돈 있으면 쓰렴, 먹어주지. 그리고 들어주지. 아니 한 귀로 듣고 흘리면 그만이고, 네가 그런다고 내 모습이 달라지겠니. 생각하며 자위한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라는 옛말도 있건만, 같은 돈을 쓰면서 사발을 들이키듯 속이 시원하면서 그득하니 채워지는 마음이 있는가 하면, 간장 종지보다 더 좁아터져 찍어 먹기도 마뜩찮은 심사가 있다.

사발이건 종지기건 내 마음 씀씀인데, 난 어떤 그릇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

나는 사발을 준비하였는데 받아들이는 네가 간장 종지면 난 잘못 살은 게다. 네가 큰 그릇을 받았다 싶으면 난 잘 살았다고 생각될 테고.

내가 담고 싶은 건 흘러넘치는 대접이라네.

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