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그룹 에이핑크

[골프타임즈=김정겸 칼럼니스트] 여전히 연예계에서는 ‘스타와 조공’의 관계가 유효하다. 조공의 사전적 의미는 “전근대 동아시아의 국제 관계에서 중국 주변에 있는 나라들이 정기적으로 중국에 사절을 파견하여 예물을 헌상하던 행위”이다.

요즘 ‘연예인 조공’은 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선물을 보내거나 전해주는 것을 통틀어 의미한다. 1970, 80년대에는 종이학이나 수놓은 손수건이었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연예인의 기호품, 명품 가방과 옷, 각종 디지털 기기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샐러리맨의 1년 연봉을 훨씬 넘어서는 조공을 받기도 한다. 조공 1위로 알려진 JYJ의 경우 팬들이 1억5000만원 상당의 버스·지하철 응원 광고를 실었다.

이 조공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조공을 인정한다고 했을 때 연예인은 팬들에게 어떤 마음의 자세로 대하여야 하는가?

최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의 말을 들어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 (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라고 말했다. 중국의 이런 발상은 어디에 오는 것일까? 이는 아마도 조공(朝貢)문화에서 연유했을 것이다. 조공은 중국의 중앙집권적인 국가가 등장하면서 주변국의 외교에도 사용한 것이다. 조선도 중국에 조공을 받치고 주인-신하의 관계를 유지했다.

조공은 연예인은 주인이고 팬은 노예라는 자조가 아닐까? 이는 팬들 자신이 자존감을 무너트리는 것이다. 자존감(self-esteem)이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낮은 자존감은 “과도하게 인정받기를 원하고 애정을 갈망하며, 개인적 성취에 대한 극단적인 열망을 표현하는 성격의 발달로 이어 진다”라고 캐런 호니는 말한다.

따라서 광적인 팬이 되어버린 사람은 자신이 지지하는 연예인에 대한 살인협박을 스스럼없이 자행한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미나, 방탄소년단의 지민, 에이핑크 멤버들에 대한 살해 협박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에이핑크 멤버들에 대한 살해 협박을 한 사람은 "나처럼 6년 된 오랜 팬도 사인회를 가면 멀리서 얼굴 보기도 힘들다. 근데 일반인 주제에 연예인들하고 소개팅 하는 것이 말이 되냐. 에이핑크는 퓨어 청순 콘셉트 아니냐. 그런 걸그룹이 그런 프로그램을 하니까 열 받는다"라고 말했다. 이는 과도한 애착이 자존감 상실로 나타나고 극단적인 열망을 표현한 것이다.

지나친 애정은 집착이다. 집착은 병(스토커)을 초래한다. 불교의 4성제에서 “고통의 원인은 집착에서 온다.”라고 본다. 고통을 소멸시키는 원인 또는 수단을 도(道)라고 본다. 道는 연기(緣起)관계를 밝힌 것이다. 즉, 무엇하나 원인이 없이 일어나는 것은 없으니 그 원인을 해소 시키는 것이 ‘도’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연예인은 팬의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이다. 연예인은 팬들에게 어떤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할까? 해외의 연예인은 팬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연예인은 이제 갑이 아니다. 연예인의 업종은 서비스업이다. 레드카펫 행사에서 할리우드 영예인은 팬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악수와 포옹을 하는 감격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 연예인은 팬에게서 멀리 떨어져서 인사를 하거나 손을 잡아주는 행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팬들의 의식이 좀 떨어져서 그런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연예인이라면 70년대 사고방식의 소유자이다.

문화수준의 향상은 의식 향상을 갖고 옴으로서 질 높은 행동을 한다. 이제 연예인들은 말과 행동을 조심히 하고 팬들에 대한 높은 애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팬들은, 문희준 팬클럽이 “더 이상 문희준을 지지하지 않겠다.”라고 한 것처럼 그들에게서 등을 돌릴 것이다.

따라서 첫째, 연예인들은 팬들에게 절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은 신뢰를 떨어트리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둘째, 팬들을 실망시키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마약, 대마초, 음주운전, 도박, 성 스캔들 등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한다는 보편적 윤리를 져버려서는 안 된다.

공황장애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그 원인 가운데 연예인들의 고백으로 인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이처럼 연예인의 말과 행동은 많은 국민에게, 특히 팬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이제 연예인도 달라져야 한다. 서비스업임을 생각하고 철저히 팬들에 대한 봉사 정신을 가져야 한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대통령의 대국민 서비스가 자연스런 세상이 되었다. 연예인들도 문재인 대통령처럼 말하고 행동해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종전의 권위적인 대통령 모습의 연예인에서 벗어나 민중과 같이 호흡하고 희로애락을 느끼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현 대통령 같은 연예인이 되어야 한다. 이 분들도 팬클럽이 있다. 그 팬들은 영원히 그 분들을 추종하고 사랑한다. 그 이유는 민중과 함께 서로 호흡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연예인과 팬의 상호작용은 그 연예인의 가치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팬들의 자존감도 높여 주어서 건전한 사회를 만들게 한다. 명심하자.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는 것을.

김정겸 칼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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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정겸은
철학박사, 文史哲인문학연구소장, 현재 한국외국어대학 겸임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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