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비워야 채워진다. 아니 비워야 비워진다. 버리기의 기적으로 미니멀 라이프란다.

미니멀 라이프라니?

입을 옷이 없는데도 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3달 이상 보지 않는 책도 버리란다. 안 보고 알 수 없는 것들도 버리고, 쓰지 않는 물건은 기부하란다. 물건의 목적과 가치를 따져보고, 목적 없고 가치 없는 물건은 가차 없이 버리란다.

“여행 다녀와 보니 내 물건이 없어진 거야. 늦게 시작한 글공부가 재미있어 그동안 습작한 거며, 여기저기 다니며 챙겨다 놓은 책들을 한쪽에 쌓아놓았거든. 자료집으로 모아놓은 것들을 다 버리고 빈자리만 덩그러니 있는 거야.”

아들 왈 ‘집안에 쌓아놓지 마세요. 여행도 다니시고, 친구 분도 만나고 그러세요. 라는 거 있지. 엄마의 취미생활을 어떻게 제 것에 맞추려는 건지.

한 마디 물어보지도 않고 버렸으니 그 물건을 찾아 동네 고물상이며 헌 책방을 뒤지고 다녀보았는데 없었다. 어느 작가는 ‘다 버리고 갈 일만 남아서 홀가분하다’고 했다지만, 나는 이제 시작한 내 새끼 같은 그 소중한 것들을 버리다니…….

온 몸에 맥이 풀려나가고 어찌 수습해야 할지 길을 찾지 못하겠다. 머릿속이 하얀 백지가 되어 점 하나 찍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따라야 할 유행이 있고, 지켜내야 할 가치가 있다. 60년대 말에 미니스커트는 선풍적이었다. 70년대 동글동글 뽀글파마와 나팔바지와 청바지가 온통 거리를 휩쓸었다. 먹을거리도 보리에서 밀가루 권장하더니 지금은 쌀이 남아 술도 빚고 과자도 만든다. 한때 흐르고 마는 유행을 따르는 것이 자랑처럼, 앞서가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잘못된 자부심을 어째야 하나?

아들놈은 대(大) 자로 누워 요즘 대세가 비우기라는데, 엄마는 그것도 모르냐고 오히려 투박이다.

제 것이나 버릴 것이지……. 책상 위에 있는 녀석의 드론을 멀리 날려버리고 싶다. 분간 못하는 아들도 함께 태평양으로 보내고 싶다.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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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