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렉시 톰슨의 드라이버 스윙(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골프 연습에 효과적인 도구로서 가치 있는 것은 분명, 인식과 현실에 대한 차이를 확인하는 역할 ‘동기 부여’

[골프타임즈=이종철 프로] 현대 과학이 발달하면서 가장 획기적이고 과학적인 골프레슨 도구는 비디오 캠코더가 아닌가 한다. 최근에 와서는 컴퓨터의 발달로 인해 더욱 진화된 스윙분석시스템이 출현하였고, 스마트폰의 탄생은 골프레슨의 신기원을 이루고 있다. 과연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골프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됐을까?

캠코더가 없었던 시절, 자신의 스윙을 직접 눈으로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거울이 있기는 하나 그것은 지극히 제한적일 뿐, 하지만 그것이 가능했을 때 골퍼들에게는 정말 희소식이며 놀라운 사건이었을 것이다.

우스꽝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유명 프로들의 스윙과 비교분석이 가능해지고, 자신의 스윙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캠코더는 더없이 좋은 도구가 되었을 것이다. 골프를 가르치는 선생들에게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인류문명의 발달은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와 함께 편리함을 제공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힘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충격적인 이면이 존재한다. 편리한 삶으로 인해 아이들의 비만은 늘어나고 신체활동이 적어진 현대인들은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교통의 발달은 지구촌이라 일컬을 만큼 지구전역을 근거리 생활권으로 만들어 주었지만 자동차 사고, 비행기 추락, 선박의 침몰 등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다주기도 하였다. 또한 이제는 석유제품의 과다 사용으로 인해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환경파괴 등 우리 삶의 터전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리고 골프, 비디오 캠코더의 탄생은 분석골프의 시초가 되었고 컴퓨터의 발달은 완벽한 스윙을 갈망케 하는 감쪽같은 함정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손쉽게 제 스윙을 찍어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은 오로지 폼 좋은 것이 골프 잘하는 것으로 인식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골프를 점점 스트레스의 대명사로 만들어 가고 있지만 그 스트레스의 근원은 무엇인지, 문명의 발달이 골프라는 세상에 매한가지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 골퍼들은 알지 못한다. 이것 역시 스윙분석 시스템의 잘못된 사용으로서 문명 발달의 역기능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스윙분석 시스템에 역기능만 있느냐, 그렇지는 않다. 문명의 발달이 편리함을 안겨 주었듯이 잘만 쓴다면 골프 연습에 아주 효과적인 도구로서 그 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방법을 생각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제 스윙을 찍어 제 눈으로 직접 본다는 것은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이 신비한 체험이다. 이것은 마치 내가 지금 밟고 있는 땅이 시속 1600km로 돌고 있다는 사실을 지구 밖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는 것과 같다. ‘나’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살아 왔건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 우리는 이러한 사실과 맞닥뜨릴 때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자아성찰은 이렇게 시작된다. 고정되어 있을 것이라 믿었던 머리는 좌우로 요동치고, 의도했던 백스윙 궤도보다 훨씬 높게 이루어진 현실, 팔을 쭉 뻗어 치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건만 당겨 구부러진 팔 앞에 왜곡된 나의 인식에 탄식을 자아낸다.

비디오 스윙분석 시스템은 자신의 스윙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함으로써 나의 인식과 현실에 대한 차이, 그 괴리를 확인하는 것, 그것으로 그 기능을 다 한 것이다. 스윙분석 시스템의 이러한 기능은 다시금 전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준다. 이럴 때 스윙분석 시스템의 역할로서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결코 각도를 잴 필요도 없고 줄을 그어 확인할 필요도 없다. 더욱 진화된 분석 프로그램의 개발은 골프를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뜨릴 뿐이다.

스윙분석 프로그램의 개발자 역시 골프의 진실을 알 리 없기에 더욱 그럴싸한 스윙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여념이 없다. 자아성찰을 위해 자기객관화 과정이 필요하듯이 스윙분석 시스템은 자신의 스윙을 제3자 입장에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보조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아직도 스윙 분석시스템이 스윙을 익혀나가는데 주요한 도구라 생각된다면 ‘분석-불안-집착’의 악순환 과정 한 가운데 머물러 있다는 사실,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방에서 취급하는 약재 중에는 천금성, 초오, 부자, 박새라는 식물이 있다. 이것들은 독성이 강한 식물로서 적절량을 잘 복용할 때 약으로써의 효험이 뛰어나지만 과다복용하거나 잘못 먹게 되면 죽음으로 몰고 가는 무서운 약이다. 조선시대 사극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사약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비디오 스윙분석 시스템, 컴퓨터 스윙 분석시스템! 이것 역시 잘 쓰면 약이 되지만 못 쓰면 사약을 퍼먹게 만드는 원흉이 되고 만다. 부디 보기 좋고 그럴싸한 스윙분석 시스템에 현혹되지 않길 바란다.

이종철 프로
한국체육대학교 학사, 석사 졸업, 박사과정(스포츠교육학, 골프심리 전공)
現 서경대학교 예술종합평생교육원 골프과정 헤드프로
現 필드의 신화-마헤스골프 소속프로
前 한국체육대학교 골프부 코치
前 골프 국가대표(대학부) 감독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원
골프심리상담사
의상협찬 : 마헤스골프

이종철 프로｜forallgol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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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골프, 마음의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