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이병희 시인] 제주사람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시작된 산행. 마치 겨울의 눈은 제주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눈과 상고대로 찬란한 순백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한라산 둘레길의 1구간 코스인 천하숲길로 출발해 본다.

눈꽃 세상으로 펼쳐진 숲은 환상의 세계와 맞닿을 듯한 설산과는 대신할 수 없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추운 날씨에도 겨울 산행을 하는 게  아닌가. ''진정한 산 애호가는 폭설이 내려도 그래서  산을 떠나지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 새벽부터 아침을 준비하고 점심으로 주먹밥을 준비했다.  눈이 부신 하얀 눈과 상고대의 빛나는 설국을 감상할 수 있는 설레임 때문에 새벽의 피곤도 감수하는 것일 게다.

밤새 내린 서리가 나뭇가지와 풀잎, 나무 데크마다 하얗게 얼어붙어 마치 눈꽃처럼 보이는 얼음조각의 상고대는, 해가 나면 금방 녹아버리기에 아름답고 예쁜 풍경을 모두 감상하려면 일찍 서둘러 가야 한다.

눈에 파묻힌 탐방로 구간에 빨간 깃발을 단 긴 장대도 흰 눈에 묻혀 더 아름답게 보였다. 일정한 간격으로 꽂혀 눈보라가 몰아치면 순식간에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산행의 위험을 실감할 수 있기에, 불안감을 덜어주는 파수꾼으로서 길잡이가 되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3일 동안 얼마나 많은 눈을 보았는지 모른다. 눈을 헤치며 모두 힘들었지만, 어린 아이처럼 행복한 표정들로 가득했다. 한라산 ‘천하숲길’은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편백나무 군락지가 높은 밀도로 자연림을 이루고 있어 편하고 좋았다.

가파른 길도 아니고 부담스러운 산행 길도 아닌데다 가끔씩 나무 사이로 비추는 빛과 바람, 그리고 자연의 경이로움에 맘껏 취해 모두 심신의 안정까지 얻어가는 느낌이었다.

천하숲길은 겨울보다는 가을에 추천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가을이면 붉게 물든 단풍이 절정에 이르고 천하제일의 아름다운 가을빛을 빚어내기에, 붉게 물든 숲길에서 힐링의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내려 더 아름다워진 천하숲길을 걷고 있노라면, 은빛 설경은 오로지 우리들만의 세상이 된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맑고 오묘한 모양에 감탄사를 자아내게 된다.

추억으로 남길 사진을 또 담지 않을 수 있을까? 평소에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왕언니도 멋지게 폼을 잡으며 웃음을 준다.

바람소리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꽃 피는 봄이 오면 한라산은 또 어떤 모습일까?  그때는 더 푸르고 생기 있는 새로운 모습을 선물해 주지 않을까 생각하며, 천하숲길 1구간 산행을 마무리 한다.

산행 코스
천하숲길입구-천하계곡-임도삼거리-노로오름삼거리-보림농장 삼거리(8.7km)

시인 이병희는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대외협력부장으로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문학애정 회원으로 시 문학 활동을 하면서 전국의 유명 산들을 섭렵하며 열정적인 산행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