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어릴 적 살던 동네에 깊은 우물이 있었습니다.

퍼내도 퍼내도 물이 고여 그곳엔 맑은 날 하늘 구름도 떠가는 맑은 거울이 되었습니다. 두레박으로 첨벙대며 퍼 올려 갈증 나는 목도 축이고 물동이에 담아 머리에 이고 어깨에 메고 나르던 우물가.

결혼하고 시댁 마당엔 펌프가 있었습니다. 펌프에는 마중물을 붓고 꺽꺽 대며 몇 번의 용트림 후에 토해내는 물줄기가 콸콸 쏟아져 나왔습니다. 한여름 펌프 주둥이 밑에 남정네 허연 등허리를 내놓고 하는 등목은 간담을 서늘하게 하곤 했습니다.

우물가에 모여 도란도란 어느 집 처자가 뉘 집에 혼사가 오가는지 두런두런 이야기 꽃도 피웠습니다. 걱정도 많고 웃음도 가득하던 곳. 이제는 유물로 남아 덩그러니 방치되어 수도관 따라 수도꼭지만 열면 물이 쏴아 하고 쏟아져 나옵니다.

그곳에서 나누던 이야기들은 이제 모든 것들이 SNS를 통해 핸드폰과 컴퓨터 안에서 만납니다. SNS를 통해 보고 싶은 것, 들려주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들을 보고 듣고 알아나갑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또한 그곳에 있습니다. 뉘 집 혼례가 치러지고 여행지 이야기며 학교생활, 누굴 만나러 가는지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샘터조롱박을 시작하던 그 때. 처음 시작은 솟아오르는 물처럼 끊임없이 퍼 올려 그 물 한 바가지로 이야기가 가득하였습니다. 조근 조근 샘터우물가에서 이야기하였지요. 저의 부족함을 잘 다듬어주던 고인(故人)이 되신 소설가 정병국님의 조언이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부드러움 속에 은유로 다가오는 그 비범함을 다 배우지 못함이 안타까웁기만 합니다.

아직도 부족하기만 한 글을 더 많은 배움으로 나를 완성시켜야겠습니다.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이니 인연도 맺음이요 매듭을 풀면 다시 맺어야 하는 게 당연지사. 새로운 2024년을 맞았으니 다시 정리해보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누가 되지 않게 더 공부하며 다시 시작해보려 합니다.

그 동안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삶의 향기로 더하는 시간이 되였기를 희망하며 용트림을 해봅니다. 지금처럼 늘 곁에서 응원해주시리라 믿으며,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2024년 푸른 용의 품으로 달려갑니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