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여백

[문인의 편지 문민순 제11회] 유혹

문민순 수필가l승인2023.11.15l수정2023.11.15 09:13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골프타임즈=문민순 수필가] 태초의 끌림이었는지도 모른다. 가슴 벅찬 울림이 나를 유혹했다. 채워지지 않던 빈 곳에 찬바람이 힁허케 다녀가고부터였다. 일상의 소소한 마음의 아픔이 무수한 시간이라는 공간으로 가버리고 나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이지만 숱한 어려움과 행복한 순간들이 엎치락뒤치락 가버리고 나니 크나큰 감사의 체험이 또다시 찾아온 것이다. 나는 어떤 어려움이 닥치거나 하는 일이 안 풀리고 막혔을 때는 뭔가 뚫고 나가는 힘이 확신으로 다져져 그때그때 고비를 넘기곤 했다.

문학은 그렇게 나를 유혹했다. 화려하기도 그렇다고 화끈하거나 재미있지도 않지만, 지남철의 끌림처럼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음이 서럽도록 속이 허하다고 느낄 때 나를 건드렸다고나 할까, 요즘 나는 그 유혹의 끌림에 사부작사부작 발을 내딛고 있다.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한다거나 낯선 것에 대한 도전은 다부진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생각하면 마음이 차분해져 삶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회한을 성찰하며 모든 응어리를 내뱉고 싶었을까, 그도 아니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던 것처럼 내면의 아우성을 소리 지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남이 보기에는 하찮고 보잘것없는 이야기일지 몰라도 삶 속에서 터져 나오는 경험과 생각과 느낌의 무늬들을 아름답게 수놓는 기쁨은 다른 사람이 모르는 나만의 행복의 맛이다. 조급하지 않게 여느 사람들처럼 생활하고 삶을 즐기면서 싸목싸목 걸어가리라.

어느 날 지인 언니한테 메시지가 왔다.
‘얼마나 슬펐으면 눈(雪)물 속에 피어나는 민들레처럼/ 맑은 눈(雪)물 속에 피어나는 꽃잎처럼/ 이것만이 너를 성장 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 이라는 함축성 있는 의미를 담아 보냈다. 그 글귀는 마치 시인 듯, 형상화인 듯 내게 다가와 초발심의 회초리가 되었다.

글을 쓰는 작업은 나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숨이 차오를 때, 고르게 숨을 쉴 수 있게도 했고 욕심이 차오를 때는 마음을 비우라고도 가르쳤다. 가슴이 미어지도록 슬플 때는 글을 쓰므로 위로가 되고 생각이 많다 보니 심심할 겨를도 없었다. 글을 쓰면서 새로운 피가 내 몸에 수혈되듯 완전한 다른 세상이 내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아픔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아름다운 성장일 수도 있겠다. 내가 알지 못했던 비밀의 문을 열어본 느낌이랄까. 비록 졸문이 뿌리를 내리기까지 수많은 시간을 숙성시켜 발효되어야 할지 모르지만, 삶이 허둥거리거나 부대끼거나 할 때 나는 내가 느낀 감정을 진솔한 마음으로 하얀 좋이 위에 색칠해 보려 한다. 그런 시간을 자꾸 갖다 보면 아마도 또 다른 나의 삶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인품이 짙고 고뇌가 깊을수록 성숙해지듯 나도 수필을 통해 그런 경지에 오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등단 이후 작가라는 이름을 얻는 순간, 처음 운전면허증을 딸 때처럼 이 세상에 나 혼자 작가가 된 듯 가슴이 뛰고 황홀했다. 가끔 청탁이 들어오면 거침없이 필력을 자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문예지에 실린 내 작품을 읽어보노라면 온통 실수투성이라 쥐구멍이라 찾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것 또한 욕심이 앞서간 까닭이려니, 분홍 글씨를 가슴에 매단 듯 문우들을 보면 내 발에 절여 괜스레 떨리고 부끄러워진다.

수필은 내 인생 후반부의 꿈이고 희망이다. 아직은 끝자락의 모서리에서 불안하게 서 있지만 언젠가 나만의 색깔을 입히듯 내 글의 정체성을 갖고 싶다. 모든 유혹에는 도전적 자세가 필요하다. 나 스스로를 발가벗어야 수필다운 수필을 쓰게 된다고 하니 좋은 수필가가 되려면 아무래도 내 마음의 힘부터 빼야 할 것 같다.

수필가 문민순
한국수필로 등단.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한국수필작가회 이사이며 한국수필 제5회 독서문학상 대상 수상했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 4번선 없는 기타ㆍ사랑에는 향기(공저)외 다수

문민순 수필가  karam@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골프장TF전략사업기사제보광고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중구 충무로2가 50-5 태호빌딩 505호  |  발행·편집인 : 문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문정호  |  전화 : 02-2277-7371  |  팩스 : 02-2277-1480  |  이메일 : master@thegolftimes.co.kr
제호명 : 골프타임즈  |  문광부등록번호: 서울 아 02033  |  등록·발행일 : 2012년 3월 21일  |  사업자등록번호 : 202-16-92335  |  통신판매업사업자번호 : 제2012-서울중구-0827호
출원번호 : 40-2012-0016887
골프타임즈는 상표법에 의거하여 특허청에 상표(국,영문)등록이 되어있습니다.  |  골프타임즈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 보호를 받으며 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2023 골프타임즈.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