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이병희 시인] 계절의 변화를 가장 빨리 실감할 수 있는 곳은 산이다.
여름의 한라산(1.950m)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인해 더 뜨겁게 끓어오른다. 한라산 정상은 ''은하수를 끌어당길 수 있을 만큼 높다''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제주도 토박이들에게 한라산은 곧 제주고 제주가 곧 한라산이라는 의식이 뿌리깊다 한다. 한라산이 있어 대지가 있고 그 자락에서 제주 사람들의 삶을 일구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이자 행정구역 중 제일 작은 도(道)인 제주도는 실제로도 하나의 큰 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상부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해발 고도 1,000ｍ 이상의 봉우리 20여개를 제외하면 나머지 산채는 방패를 엎어놓은 듯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낮아진다.

바다와 만나는 산이 "한라산"이라고 하니, 얼마나 힘들게 올라가야 정상을 밟을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다.
오늘은 눈과 상고대로 찬란한 순백의 세계가 아닌 여름의 백록담에 물이 들어찬 풍경을 만나기 위한 시작을 한다.

하얀 눈꽃 세상이 펼쳐진 한라산을 동계 산행으로만 해 보았는데, 올해는 계절의 변화도 있고 한 번쯤 여름 한라산을 보고 싶다는 의견이 있어, 한 여름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 속에서도 한라산을 오르기로 했다.

전속력으로 활주로를 내달리다가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비행기에서의 순간처럼, 모두 속력을 내어 저리 잘 걷고 달리는 것인지 여름 한라산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이 가득했던 모양이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한라산에서는 꼭 한 번 가고 싶은 곳이 있다. 성판악 탐방로 입구에서 5.8km지점 갈림길에서 사라오름 방향 표지판을 따라 600m 정도를 오르면 만날수 있는 곳, 사라오름이다.

오늘도 역시 운이 좋은 것인지 호수를 두른 목재 테크
산책로을 걸을 때 바지를 걷어올리지는 않았지만 적당히 물이 차 올라 산정호수 같은 느낌을 받으며 걷는다. 아름다운 백록담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여름 한라산은 겨울 설산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산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은 그 풍모와 매력이 계절마다 다르기에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닐까 라고 말하기도 한다.

정상을 향해 오르다 보면 언제나 탐방객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겨울에는 눈과, 구름, 안개가 희몰아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하늘이 열리고 눈부시게 밝고 맑은 하늘이 보이는 순간도 있어 감탄사가 절로 나오기도 한다. 구름은  영상처럼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흩어지니 그 순간을 포착하려다 일행과의 거리가 멀어지기도 한다.

역시 오늘도 한라산 정상에 가까이 올라서니 눈부시게 환한 뭉개 구름을 만날 수 있었다.  어린 아이들처럼 하늘을 올려다 보며 기다리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즐겁기만 하다.

현지에 사는 제주의 일행이 먼저 정상에 오르고, 그 뒤를 각각 대전과 서울에서 온 일행들이 따라 올라갔다.
말 그대로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걸어야 만날 수 있는 정상이다.

정상이 가까울수록 나무가 없는 곳이라 햇빛을 가릴 수없지만, 발도 고생 했으니 잠시 휴식을 취하며  점심으로 준비한 주먹밥을 먹는다.

보아야 할 것도, 흘려보내야 할 것도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두 눈에 가득 채워지는 풍경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한라산 정상을 어렵게 오른 탐방객들을 보며 앞으로는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관음사 코스는 구상나무 고사목이 일품이지만 오늘은 여름 산행으로삼각봉 대피소까지 안전한 하산을 목표로 삼는다.  한라산의 여름은 다채로움으로 가득하고 감동적이었다.

한라산 하계산행 코스(19km, 8시간)
성판악탐방안내소-사라오름-한라산 정상-삼각봉대피소-관음사 탐방안내소

시인 이병희는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대외협력부장으로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문학애정 회원으로 시 문학 활동을 하면서 전국의 유명 산들을 섭렵하며 열정적인 산행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