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12월이다.

오늘도 내겐 아침마다 건네주는 86.400원을 받았다. 당일 받아 당일 사용 가능한 86,400원. 내가 어떻게 쓰든 상관없이 주어지는 86,400원. 저축할 수도 없이 오늘이면 사라진다. 아! 당신도 받고 있을 그 86,400원!

그렇게 버린 열 한 달을 살고 이제 12월 한 달이 남았다. 매일 아침 주어지는 86,400초를 부여 받고 매일 밤, 사용하지 못하고 버려진 시간은 그냥 없어질 뿐이다. 잔액도 없고 더 사용할 수도 없다.

돌아갈 수도 없고 내일로 연장 시킬 수도 없다. 단지 오늘 현재의 잔고로 살 뿐이다. 내가 원하는 시간을 제대로 잘 사용하였는지 올 한 해 수지타산을 따져볼 시기다. 1년의 가치를 어떻게 메길 건지 살펴본다.

참 많은 일을 한 2022년이다. 오랜 집을 정리하고 새 보금자리로 자리잡고 자연과 더불어 쾌적한 생활권에 안착했다. 새 집에서 맞는 신선함과 아늑하며 편안함이 더없이 좋다. 새로운 환경이 주던 번잡함과 불편함을 다 이겨내고 편안한 여유가 찾아왔다. 늘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이 행복으로 다가오는 시간이다.

그 동안 쉬고 있던 성당도 다시 나가고 성가대에도 입성하였다. 나이를 잊고 다시 목청을 가다듬으며 목 울대를 높여본다. 제일 늦게 늙어간다는 목소리는 아직 건재하였다. 사람을 다시 만나고 새로운 관계가 주는 부담감도 적게 노래에 심취할 수 있어 그지없이 좋다.

또한 도서관 길을 부지런히 다니며 글쓰기에 전념할 수 있는 오늘이 즐겁다. 자연과 더불어 찾아 온 여유가 선물 같다. 지나온 시간에 연연하기보다 지금 숨 쉬고 있는 매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가?

‘나는 지금 누군가 에게는 과거였던 시간을, 돌아갈 수 없는 그 청춘을 살고 있구나’싶다. 오늘보다 딱 한 뼘씩만 더 행복해 지자고 다짐한다. 오늘을 또다시 살게 될 날은 없으니 매일이 선물 같은 날들로 설렌다.

아침의 첫 햇살이 서서히 비춰오고 있다. 근사한 하늘이 붉은 자락과 함께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오늘도 받아 든 86,400원.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이 신선한 공기와 함께 마술 같은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그리는 마술 봉대로 그려나간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