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벌써 일어난 거야?”

“아니, 새벽에 깼는데 잠이 안 와.” 꼭 밤 10시건 12시건 잠이 들었다가 새벽 2~3시경이면 잠이 깨어 더 이상 잘 수가 없다. 잠들어야지 하면서 교차하는 생각들에 번번히 자리를 내주다 보니 생각 속에 잠은 저만치 달아나버렸다.

일어나 책이라도 보고 싶은데 옆에 자는 손자녀석이 어찌 그리도 잘 아는지 옆자리 빈 것을 알고 깨어 찾는다. 손이라도 닿고 발이라도 걸쳐져야 편안한 잠을 자는 습성 때문인가 옆에 있어야 한다. 별 수 없이 옆에 누웠는 밖에……

하루 내 뛰어 놀다 자는 녀석은 잠자리도 요란하다. 큰 침대를 가로지르기도 하고 뱅글뱅글 돈다. 녀석이 차는 발차기에 잠을 깨기도 하고 돌다가 밀려 침대 끝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그러노라면 깊은 잠은 못 자고 선잠으로 자다 깨다 하다 보니 이젠 아예 잠을 설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잠자는 모습에서 하루를 어찌 보냈는가 보인다. 무서운 영화를 보고 난 날은 가위에 눌려 자다가 소리지른다. 실컷 뛰어 놀은 날은 몸부림이 더 격해진다. 아이들 자는 모습은 천사라 했다. 새근새근 꿈속에서 키가 쑥쑥 크고 살이 통통히 오른다. 그야말로 잠이 보약이로다.

결혼하여 함께 하는 잠자리에 남편의 등돌려 자는 모습이 싫어 삐진 적도 있었다. 왠지 내게 보이는 등이 거부하는 것 같아 한사코 돌려 누워보지만 잠결에 다시 돌아눕는다. 무의식의 행위였다.

아이들 임신했을 때는 웬 잠이 그리도 쏟아지던지. 할 일은 많고 잠은 부족하고 실컷 자는 게 소원이던 때도 있었다. 젖을 물리고 함께 자노라면 시어머니의 성화가 일고 대 식구 살림에 잠 한 번 원 없이 자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이젠 저 시간 뒤로 가버리고 자고 싶어도 잠이 안 와 잘 수가 없다. 짧고 깊게 자는 잠 속으로 빠졌다. 10시간 자던 것이 이젠 3~4시간이면 다 잤다. 부모님이 TV보다가도 코고는 소리에 잠 드셨는가 보다 하면 무슨 잠을 잤느냐고 시침 떼시더니 나이 들수록 쪽 잠이 늘어간다고 했다.

잠도 나이 따라 변해가나 보다. 생각이 많아진 나이 탓인가? 되돌아보는 일이 많아서인가?

늙음을 탓해야 될 때 인가보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