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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104회] 죽음 그 이후

살아있음과 사라짐의 경계 노경민 작가l승인2022.11.24l수정2022.11.2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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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떠날 수 있을까?

구순을 넘긴 할아버지도 세상을 등졌다. 뇌출혈로 중환자실에서 말 한마디 못하고 갔다. 20년째 알츠하이머를 앓던 할머니는 할아버지 떠난 걸 알았을까? 남편을 옆에 놓고도 알아 보지 못했는데도 이태만에 따라갔다. 떠난 사람들은 말이 없다.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아예 사라졌다. 다시 찾을 수 없는 다른 곳으로 갔다.

남은 자들은 모여 앉아 쑥덕거린다. 순서 없는 죽음이라지만 할머니로 고생한 할아버지가 더 오래 살았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라는데 그리 가면 억울하다고 말한다. 바르게 살아야 하는 것이 무언지 머리를 맞대고 있다. 미리 말해주었다면 더 잘 살았을까 싶다. 그들이 떠나고 난 자리엔 그립고 애틋하고 풀지 못하고 간 숙제가 답을 못 찾는다.

아예 없어져 버린 시간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청춘도 떠났다. 제대로 불 살라 보지도 못하고 다른 세상 찾아갔다. 젊음을 채우지도 못하고 떠난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던 아버지는 폐가 굳어가는 희소 병으로 생명을 달리했다. 역시 중환자실에서 말 한마디 못하고 갔다.

잘 했다고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섭섭했다고 그 흔한 말을 왜 못하고 간 거냐고.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이 명치끝에 걸려 숨을 쉴 수가 없다. 화장터 굴뚝에 연기도 없이 모든 기억을 태우고 한 줌의 재로 바뀌었다. 영혼이 하늘로 올라갔는지 하얀 꽃가루만 남았다.

하얀 창호지에 펼쳐진 죽은 자와 살아 있는 자가 마지막 인사를 한다. 더 많이 슬프고 아프며 외로운 시간. 유골 함을 끌어안으니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데도 명치끝에 바위덩이 하나 얹은 양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래도 잠을 자고 먹고 일어나 돌아다닌다.

살아있음이 축제다. 밤이면 불을 밝히고 잠들지 못한 자는 술을 마시고 잠든 자는 일어나 집을 나선다. 타박타박 걷다 보면 붉은 해가 떠오르고 꿈틀대는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충격과 슬픔에서 멀어져 가며 문득문득 빈 자리를 확인한다.

거리를 휘적휘적 걷다 보면 햇살이 쏟아지고 바람이 살랑 인다. 살아 생전에 나누었던 마음을 담아 따뜻한 코코아 한 잔 손안에 든다. 그 따뜻함이 가슴에 스며든다.

삶은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 섰다. 살아있는 자와 사라진 자의 경계에 서 있다. 알 수 없는 미래가 아닌 오늘 살고 있다. 지금 숨쉬고 있는 매 순간을 행복하며 건강하게 살 일이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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