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오메가(PROJET OMEGA)

언 땅이 오므렸던
허파를 쩍 벌려

세상 열기를 모두
빨아들이는 한 겨울

췌장 말기 암
갑상선까지
도려낸 십년 전부터

언제 녹을지 모르는
눈사람으로 조마조마 살다가
병이 재발하여 또 병원

이번에는 십이지장
위 몽땅 떼 내고
조금 남은 췌장 직통 연결

더 가벼워진
2차 눈사람이 되어
오뚝이처럼 또 살아났다

“이번에도 녹을 때가 아닌 거야!
아직 간장 심장 폐와 뇌가 싱싱하잖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하니 좀 더 살아

죽음의 그림자가 그를 일으켰다.
     -저자 정옥임 [프로젝트 오메가] 전문-

뇌 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37세에 뇌졸중을 경험하고 쓴 질 볼트 테일러의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라는 책이 떠올랐다. 아침 욕실 물소리가 너무 컸고 보이는 것도 평소와 달라 뇌가 멈추어가는 걸 경험했다고 서문에 썼다.

위 시의 주인공은 10여년 인연 깊은 지인이다. 췌장암 말기 수술을 하고 십여 년을 조마조마 살아왔는데 다시 재발했다. 그래도 아주 씩씩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친구를 하나씩 만나 실실 웃으며 마지막 파티를 했다.

입원하기 하루 전에 나도 만났다. 마치 부고장을 직접 들고 온 투명인간 같았다. 그 다음 날 담담하게 입원, 나는 퇴원하는 소식을 기다리는 한동안 페닉 상태로 지냈다. 드디어 육성으로 퇴원소식. 13시간 긴 수술을 끝내고 그 어렵다는 항암 치료 받는데 췌장암 말기 첫 수술 때보다 수월하다고 농담이다.

그 농담의 진위는 위가 없으니 항암주사를 맞아도 토하질 않는다는 것이다. 몇 달 지났지만 아직 만나지는 못했다. 체중이 20kg이나 빠졌다고 자랑 아닌 자랑. 게다가 매일 산책도 하고 문학 강좌도 종전대로 일주일에 두 번 빼지 않고 하고 있다. 아마도 그 분 아버지처럼 96세까지 생생 살아낼 것 같다.

두 번 저승사자의 방문을 받았지만 오뚝이처럼 살아나자 “에이 질긴 작자!” 하면서 오래 있다 만나자며 되돌아갔을 것 같다. 인생은 게임이다. 결말을 예측할 수 없기에!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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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 시인은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