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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19회] 구상나무

정옥임 시인l승인2019.05.29l수정2019.05.2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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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위키백과

구상나무

구상나무가 죽어간다.
이보다 다급한 소리가 어디 있을까?
우리나라 고유 수종인 한라산의, 지리산의,
덕유산의 구상나무가
지구 온난화로 점점 개체수가 준다고 하더니
올여름 불볕더위 한 달 새에 뼈를 발라 낸
생선처럼 말라죽어 간다는 전언이다

-중략-

구상나무, 한국형전나무,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유명한
잎이 부드럽고 향기로운 원추형 침엽수
내 젊은 날, 천왕봉 오르던 길
태고 적 고요를 품고 있던 너
발아래 물결치는 연봉 끝에
오색구름 속의 낙조를 너와 함께 바라보았지

사람이든 나무든 그 무엇이든
한 생을 조용히 살다 대지로 돌아갈 때면
어떤 존엄 같은 것이 서려 있다
인간들의 떼죽음도 실로 비통하기 짝이 없거니와
한자리에서 몇 백 년 풍광으로만 자리했던
너의 주검 앞에 어떻게 고개를 숙여야 하나
돌이킬 수 없는 죄 하나가 추가 되었다
        -저자 임채우 [구상나무] 일부-

임채우 시인님은 우리시를 이끄는 대표이며 평론가로 꽉 짜인 체격에 행사 때는 매끄러운 재담만발 좌중을 웃고 웃기는 사회로 입지를 넓히는 멋진 분이다. 시인의 시를 고르면서 호흡이 긴 시가 많아, 지면 한정이 있어 여러 편을 놓고 고민했다.

구상나무는 열매의 색깔에 따라 푸른 구상, 붉은 구상 검은 구상 3종류가 있고, 고산지대에 군락지가 있으며 우리나라 나무 중 한국 이름이 붙은 몇 안 되는 나무라 한다.

유럽에선 구상나무를 한국 전나무- Korean Fir 라고도 부르며 좌우 대칭이 알맞은 긴 삼각형 구상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쓰인다. 12월 중순만 되면 카톨릭 신자들이 트리 대신으로 전나무 가지를 나눈다. 그런 구상나무가 기후변화로 멸종 위기에 있다니 위 시에처럼 돌이킬 수 없는 죄 하나가 나에게도 추가되는 것 같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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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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