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민 푸념에세이 87화] 또 다른 손님 ‘친정엄마’

내게도 딸이 있고, 아들이 있다 노경민 수필가l승인2018.07.11l수정2018.07.1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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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오래 사는 게 욕되는구나.”

오늘도 고개 떨구시며 하시는 말씀이시다.

무슨 죄를 이리 지어 오래 사는지 모르겠다. 몸에 좋은 건 먹지 않고 병원도 안 가는데 목숨도 질기고 질기구나.

큰아들 내외랑 사시다가 말년에 큰딸 집에 오셔서 사위 보기 불편하단다. 결혼하고 시부모님과 사느라 딸네 집 한 번 오시지 못하다가 이제 시부모님 돌아가시고 텅 빈 집에 사위가 모시고 왔다. 둘이 사니 적적하다고.

사위가 어려운 친정엄마는 사사건건 어린아이에게 타이르듯이 간섭하신다. 엄마에겐 여전히 어린 딸년이다. 어디 가냐? 뭐 하러 가냐? 누굴 만나냐? 언제 오냐? 사위 들어오기 전에 돌아와야 하고 저녁밥은 해놨는지도 물으신다.

아! 내가 생각했던 친정엄마가 아니었구나.

그동안 세월이 흘러 장성한 딸은 엄마의 간섭이 달갑기만 한 것도 아니다. 서로 멀리 있을 땐 애틋하고 좋았던 것이 함께 살려니 불편한 것이다. 부모님이 말하는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라는데, 알면서도 꼭 집어 말하는 데는 마음 상한다.

시대가 바뀌었건만, 엄마는 여전히 남아선호사상에 지아비를 모셔야 하는 봉건적인 틀에서 한 치도 안 바뀌셨다. 그래도 그런 게 아니다. 옛 말씀이 다 맞는 말이더라 하시는 데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나는 엄마라면 징그럽다. 끝없이 자식들한테 호령하시고 요구하시는 데는 싫더라.”

친구 엄마는 이제 내가 늙었는데 더 누릴 시간도 없으니 다 챙겨야겠다고 선언하셨단다. 외식도 한우 뿔이 두 개나 달린 집에서 먹어야 하고, 당신 우선으로 병원 다녀와야 하고, 혼자는 절대 안 계시려 하니 자식들이 교대로 지켜 드린단다.

자식도 내 맘대로 안 되고, 손주 보기도 힘들다고 허리 구부정하니, 시부모님 가시고 이제 허리 펴나 했더니 친정엄마란다.

친정엄마도 남처럼 대하든가, 시어머니처럼 대하든가, 서로 고맙다. 미안하다. 감사한다고 남들한테 하듯 깍듯하게 대하려 한다. 그동안 엄마가 제일 만만해서 심술부리고 함부로 대한 것들이 나중에 내 새끼가 나한테 똑같이 그럴까 봐 겁이 난다고 친구는 말한다.

내게도 딸이 있고 아들이 있다.

함께 살지 못한다면 손님처럼 살아야 하나?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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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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