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누구랑 통화하는지 궁금하다.

귀를 쫑긋 세우나 베란다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아버리니 들리지 않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파와 하나 되어 핸드폰만 들여다본다. 문자를 주고받다 말고 베란다로 나가더니 통화한다.

“누구랑 통화 한 거야?”

물어본들 대답도 없다.

화장실 간 사이에 핸드폰을 들여다보나 화면은 쉽게 열리지도 않는다. 최신형을 바꾸면서 지문인식이라나. 그 손가락을 잘라다 댈 수도 없으니 컴컴한 화면만 뚫어지라 볼 밖에.

최신형일수록 홍채인식이다, 지문이라고 하면서 어려워져간다. 아이들 시켜 깔아봤는데, 매일 물질하다보니 지문은 닳아서 잘 안 맞고, 홍채인식은 초점이 잘 안 맞는다고 오류로 더디다. 그것도 늙은이는 잘 안 되고, 젊은 애들만 할 노릇이다. 이 대목에서 ‘욱’ 하지만, 애써 참는다.

조금 세련되어 보이라고 패턴을 만들어보는데 뻔하다. 번개 모양 아니면 제트, 브이. 디귿에서 조금 모양내어 리을에 또 구부려보는데, 그나마 햇볕에 비추어보면 살짝 보인다.

핸드폰을 잠가놓으니 자꾸 열어보고 싶은 게다. 통화도 그 자리에서 바로 통화하면 될 것을 굳이 나가거나 방으로 들어가 문 닫고 하는 통화는 더욱 더 궁금하다. 목소리 톤까지 달리하며 소근 대는 소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봐 가슴까지 조이게 만든다.

“아니, 어머님이 전화 오면 사분사분 대답도 잘하면서 내가 걸면 틱틱 거리는 건 뭐냐고. 회사에서 걸린 전화랑 내가 걸면 뭐가 다른 거냐고?”

내 전화기는 누구든지 걸려오면 열어볼 수 있게 오픈형이다. 카톡이 오건 문자메시지가 오건 전화 걸려온 사람도 화면에 튀어나온다. 열어놓고 사는 것이 편안하다. 그런다고 내게 비밀이 없는 건 아니다.

궁금증은 오해를 만들고, 오해 속에 싸움이 일어나니 거리를 만들지 말자.

가뜩이나 열 받게 하는 세상인데 왜들 그렇게 사시나?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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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