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사는 일이 바쁘다.

바쁘게 만드는 것이 핸드폰이다. 이것은 전화기가 아니라 소통의 장이며 작은 컴퓨터다. 사진을 찍고 계산도 하고, 뉴스도 보며 스케줄 관리까지 해준다. 거기에 어디 고스톱 한판뿐인가. 온갖 놀이거리가 가득하니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우리 큰 며늘애는 내가 전화하면 놀란 소리로 받아서는 후다닥 아범 바꾼다. 나랑 할 얘기가 없다는 듯이. 참, 저한테 전화했지. 그런데 작은애는 심심하면 전화 와선 ‘잘 계시지요? 뭐 하고 계세요?’ 하며 실없는 얘기도 잘 한다.”

또 딸년도 다르다. 작은 딸년은 뭔 말을 못 해요. 말 끝나기 바쁘게 득달같이 쏴대니 그저 좋다, 좋다 하지. 속 터진 얘기는 그래도 큰 딸애가 낫더라고. 다 들어주고 저도 그러고 산다면서, 나보다 나을 때도 있더라고.

많은 세월도 아닌 불과 40~50년 전이다. 손가락 넣어 돌리면 드르륵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다이얼식 까만 전화기 한 대면 온 동네 소식통이었다. 지금이야 내 돈 주고 수시로 바꿀 수 있는 핸드폰이지만, 전화 한 대 놓으려면 전화국에 신청하여 제비뽑기로 그 경쟁률을 뚫어야 놓을 수 있었다. 하긴 ‘빽’ 있고 돈 찔러 넣으면 그것도 피해갔다. 그 뒤로 삐삐가 나오면서 길거리 공중전화로 달려가 전화라도 걸 수 있으면 행운이다. 그러다 무전기 만 한 탱크 핸드폰이 나와 허리에 차고 다니며, 손안에 들고 다니며 과시했다.

“엄마, 전화 왜 안 받아요? 왜 꺼져 있느냐구요? 뭔 일인가 싶어 달려왔네.”

핸드폰 배터리가 방전되어 나간 줄도 모르고 버려두었다. 아들놈이 득달같이 달려온 거다. 한 번 아프고 나니 늘 걱정이라고 자주 전화하는 아들놈이 고맙기도 하다. 저희처럼 손에 끼고 사는 게 아니고 필요할 때만 들여다보는 핸드폰이 귀찮을 때도 많다. 처음엔 게임도 하고 트위터도 하였건만, 그놈의 핸드폰만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니 일이 안 되어 내려놓았다.

그런데, 이젠 얼굴까지 들이대란다. 어디냐고? 배경도 돌려보란다. 이건 완전 스토커가 따로 없다. 도저히 가까이할 수 없는 애물단지다. 전화로 약속해 놓고도 오는 길 내내 카톡, 카톡 하니 정신 사납다.

50년도 안 된 옛날에는 까만 전화기로 며칠 전에 약속한다. 그것도 다방이나 제과점이면 연락할 길이라도 있지, 큰 건물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면 한두 시간 늦어도 기다려주었다.

기다리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며, 거리풍경도 볼 수 있고 아예 책 한 권 들고나가 읽어주던 그 시절이 그립다.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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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