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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길의 스타톡톡] ‘신인답지 않은 배우’, ‘겁 없는 신인’ 유소라의 반란

실전 경험 없는 햇병아리, 대학로에서 연기 내공 다져...‘러브콜’ 요청 윤상길 칼럼니스트l승인2018.01.30l수정2018.01.3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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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윤상길 칼럼니스트] “신인답지 않다”에서 “XX답지 않다”는 대개는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인간답지 않다”든가, “어른답지 않다”든가 등이 그렇다. 그러니까 “신인답지 않다”는 의미도 부정적 의미로는 신인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참신하지 않다거나, 구태에 물들어 있다거나가 된다. 하지만 역으로 신인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의미도 된다.

신인배우 유소라(25)에게 쏟아진 “신인답지 않다”는 평가는 적절하다. 최근 1개월여 계속된 연극 ‘분장실’(연출 송훈상) 공연을 마친 유소라에게 관계자는 물론 관객들이 이구동성으로 던진 말이다. 칭찬이다. ‘분장실’은 그의 배우 데뷔 무대이다. 여기서 그는 선배 연기자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는 당찬 연기로 “신인답지 않다”란 평가를 받았다.

보통의 연기자는 데뷔 무대에서 비중이 작은 역할에도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지 못한다. 대사를 씹거나, 액션이 고르지 못하거나, 무엇보다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 자체를 잊기 마련이다. 그래서 경험이 필요하다. “신인은 어쩔 수 없다”란 소리를 듣는다. 여러 작품을 거치며 무대에 익숙해지고, 그 과정에서 혹평에 대한 내성을 기르며 ‘신인 티’를 벗는다.

연극 ‘분장실’은 일본 작가 시미즈 쿠니오(淸水邦夫)의 대표 희곡이다. 그는 일본의 대표적 현대 극작가로 일본 극작가 협회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의 기억들, 환상의 어둠에서 사회 현실을 떠오르게 하며, 현재 사회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지금의 모습을 잘 이끌어내는 특징을 갖는 작가로 작품의 문학성이 높게 평가받는다.

‘분장실’에는 4명의 여배우가 나온다. 무대 안에 또 다른 무대로 배우들의 분장실이 꾸며진다.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 공연을 위한 배우들의 분장실이다. 배우에게 있어 분장실은 또 다른 나를 위한 장소이다. 출연배우들은 꿈을 버리지 못한 헛된 유령들의 이야기를 펼친다. 이루지 못한 현실에 미련을 갖는 그들이 꿈과 현실 사이에서 드러내는 갈등, 그것은 욕망 덩어리이다. 그 표현을 위해 배우들은 유령으로, 정신병 환자로 열연한다.

배우들의 극중 비중은 정확하게 4등분 되어 있다. 무게 중심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정교하게 배분한 연출자의 솜씨는 탁월하다. 역할의 비중이 일정한 만큼 배우들은 관객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펼쳐야 했다. 배우들의 연기 경쟁을 보는 것은 이 작품이 주는 뛰어난 관극 포인트이다. 배우들의 내공을 비교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내공을 지닌 배우들 사이에서 유소라가 “신인답지 않다”란 평가를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4명의 출연자 중 유소라를 제외한 3명의 배우는 모두 연극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다. 여배우 A역의 도유정은 MBC 21기 탤런트 출신으로 연기 경력 25년차이고, 여배우 B역의 홍부향은 연극 ‘의자들’, ‘맥베스’ 등과 드라마 ‘앵그리맘’, ‘언니는 살아있다’ 등에 출연한 베테랑이다. 여배우 C역의 김은양 역시 연극 ‘지하철1호선’, ‘로미오와 줄리엣’. ‘종로 고양이’ 등 수십편의 작품을 통해 무대를 쥐락펴락해온 내공의 소유자이다. 이에 비해 여배우 D역의 유소라는 어떤 장르에서이건 실전 경험이 아주 없는 생짜 중 생짜 신인이다.

이 햇병아리 배우가 쟁쟁한 선배들과 한 무대에서 조금도 뒤지지 않는 연기를 펼쳤으니 “신인답지 않다”란 평가가 나온 것은 당연하다. 유소라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고, 운 좋게 좋은 선생님과 선배들을 만난 게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한다. 충남 논산시 강경읍 출신으로 중학교는 계룡시에서, 고등학교는 세종시에서 다닌 충청도 토박이이다. 인천대 공연예술학과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시간날 때마다 대학로 연극거리로 나와 그의 표현대로라면 ‘들고양이처럼 싸돌아다니다’ 기국서 연출가, 정재진, 기주봉, 이달형 같은 대선배들을 만나 연기를 배웠다.

“신인답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학로 무대 반란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유소라. 데뷔 공연을 마치자마자 그에게 여러 작품에서 출연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그는 두 번째 연극 작품으로 오는 2월 9일 첫 공연되는 주성근 연출의 ‘태엽’을 선택했다. 김경주 작가의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으로 국내 초연이다. 연극 출연 이후 유소라에게는 영화와 TV드라마 쪽에서도 러브콜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인답지 않은 배우’, ‘겁 없는 신인’ 유소라,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윤상길 컬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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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윤상길
부산일보ㆍ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을 역임하고 스포츠투데이 편집위원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합창 등 소설과 희곡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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