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민 푸념에세이 68화] 어쩔 수 없는 속물?

받아서 흡족하고 줘서 뿌듯하게... 노경민 수필가l승인2018.02.14l수정2018.02.1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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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선물이란?

누구나 주고, 받으면 좋은 것이 선물이다. 무얼 할까 생각하는 설렘부터 펼쳐보는 순간의 즐거움이 함께 맞아 떨어지면 최상이다.

“결혼하여 첫 임신 때 생각난다. 시어머니가 임신복 사준다고 데려간 곳이 동네 재래시장이었다. 시장통을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옷가게마다 들어가 들었다 놨다, 입어 보기까지 했지.”

왔다 갔다 하기를 세 차례를 하면서 깎고 또 깎고. 그러면서 또 가자하는데 옷이고 뭐고 창피해서 숨고 싶더라. 그렇게 해서 사 온 임신복은 쳐다보기도 싫더라. 선물이란 받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어야 하는 거 아니니? 자기 편리하자고 툭 던지는 건 선물이 아니지.

요즘 명절선물로는 통조림이 가득한 선물상자와 법에 저촉되지 않는 금액에 맞추어진 선물꾸러미다. 그도 귀찮으면 상품권 한 장이면 해결된다.

옛날에는 명절이 돌아오면 한 달 전부터 바빴다. 엄마는 쌀 뻥튀기를 한 자루 해다 놓고 튀밥으로 쌀강정과 검은깨, 들깨강정이며 유과를 대소쿠리에 가득 만들었다. 대바구니에 모양 좋게 담아 예쁜 보자기에 싸서 친척 집에 돌리고 명절 오신 손님에게도 들려 보내셨다. 어른 댁에는 고깃간에서 고기 한 칸 끊어 신문지 위에 턱 올려 뚜르르 말아서 함께 들고 가면 어찌나 뿌듯하고, 전하는 손도 받는 손도 부끄럽지 않았다.

선물의 의미도 많이 달라졌다.

의미 두지 않은 선물이 대세란다. 선물 고르는 즐거움이 스트레스라니. 그러기도 하지만, 그 과정이 중요한데 그것도 싫으면서 하긴 해야겠고. 그래서 의미 없는, 하등 상관없는 선물을 보낸단다. 그럴 바엔 차라리 보내지 말지. 맥 빠지잖아.

“지들이야 사고 싶은 거 많겠지. 짝 맞춰 한정판 운동화도 사야하고, 새로운 아이템 따라 사야 할 것들이 널렸지. 우리 나이엔 이젠 사는 것보다 버리고 싶은 게 물건이지. 그러니 현금이 더 좋은 거야. 맛난 거 사 먹고 여행이나 다닐 여비 말이야.”

그러다 보니 현금이 편리해져 현금 봉투나 플라워 용돈박스가 인기란다. 종류도 다양하니 꽃과 돈을 함께 보내기도 하고, ‘돈 케이크’에 ‘돈 휴지’도 있단다.

올 설엔 차례상도 잘 차렸다. 그러니 세뱃돈으로 ‘돈’을 티슈처럼 뽑아 쓴다는 ‘돈 휴지’가 받고 싶은 욕심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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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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