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어느 시인이 읊조렸다.

제가끔 지닌 이름이 있다. 꽃을 꽃이라 하고 호랑이는 호랑이라 하며, 사람마다 이름이 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순간, 신랑과 신부에게, 또한 시댁과 친정 식구들에게 걸맞은 호칭이 그것이다.

“결혼하고 친정에 갔는데, 아버지 앞에서 새신랑을 ‘자기야’ 불렀다가 혼났어. 어디 하늘 같은 남편에게 ‘자기야’ 가 무어냐고, 그런다고 ‘여보, 당신’이 나오느냐고. 불러야 하면 직접 가서 옆구리 찌르든가, ‘저기요’ 했지.”

결혼 전에야 ‘오빠’라 부르기도 하고 ‘자기야’라는 애칭도 부르며 ‘베이비’, ‘피앙새’, ‘내 사랑’, 부르고 싶은 애칭도 많다. ‘꽃돼지’도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했다.

“그나마 다행이지. 아니 애까지 낳아놓고도 ‘오빠’라고 부르면 어찌 되는 거야? 우리 며느리가 ‘오빠, 오빠’하는데 오누이가 사는 거냐고? 애가 커서 따라 부르면 어찌할 거냐고. 아니, 그 좋은 ‘여보, 당신’을 왜 안 쓰고서.”

“아직 철없어 그런 것이지. 나도 결혼해 아이 낳고 살 때다. 시부모님이 오셨는데 그냥 아이들 따라 부르듯이 ‘아빠’라고 했다가 두 분 쳐다보는 눈길에 민망해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지. 딴 때는 ‘허니’ 부르던 것을 그리 하긴 왠지 아니다 싶어 한 것이 사달이 났어. 그때 시부모님이 ‘여보, 당신’ 하라는 엄명이 떨어져 지금은 자연스럽게 하고 있어.”

‘여보’는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말로 같은 여(如)와 보배 보(寶)와 같이 소중하고 귀중한 사람이다. ‘당신’은 여자가 남자에게 하는 말로 사랑할 당(當)자와 몸 신(身)과 같이 따로 떨어져 있지만 내 몸과 같다는 의미가 있다.

좋은 말이다.

부부는 보석보다 더 빛나고 귀하지 않은가, ‘여보’라 부르면 사랑이 더욱 돈독해지면서 하나가 되고, ‘당신’이라 부를 때마다 화합이 더 이루어지리라.

제발 아빠, 오빠랑 살지 말고 사랑하는 여보, 당신으로 오래오래 살자고.

부부간의 아름다운 호칭을 부숴버리는 ‘그런 부름’은 대물림하지 말아야지. 30~40년 전부터 그러더니 아직도 난무한다? 우리나라, 동방예의지국에선 말도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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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