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길에서의 낭만을 꿈꾸었다.

푸르른 자연 앞에 탄성이 저절로 나오고 두 눈은 휘둥그레 주변을 살핀다. 익숙지 않은 시골버스라 기사에게 묻는다.

“언제 출발하나요?”

아무 말 없이 옆에 표지판을 손가락 끝으로 가리키며 대기실로 들어가 버린다.

‘헐, 실수. 그래 천천히 가자꾸나.’ 마음을 다잡으며 시간 맞추어 차에 오르니 나처럼 초행길 여인네가 당부한다.

“남창동에서 내릴 건데 좀 알려주세요.” 하니 기사 왈, “방송 나옵니다.” 딱 자르니 더는 말도 못 하다가 정거장 방송이 나오고도 한참 달리니 또 묻는다.

“얼마나 더 가서 내리나요?”

“차 서면 내리면 됩니다.”

헉! 여기가 그 경상도 문디자슥 동네가 맞네. 아무리 운전업무에 지쳤다지만, 이왕 대답하는 거 알아듣기 좋게, 기분도 편안하게 해주면 입술이 덧나나. 초행길의 설렘이 무참하게 짓뭉개지며 기대가 부담스러워진다.

찾아든 모텔에서도 여자 혼자라서 마뜩찮아 한다. 엘리베이터 옆엔 성인용품 자판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색다른 모형에 사진 찍고 싶은 걸 꾹 참는다. 핑크빛 방안과 외국 여자의 입술과 가슴이 벽면을 채운다. 그나마 창가에 바다가 보이고 항구에 드는 뱃고동 소리가 정겹다. 로맨스를 꿈꾼 건 아니지만, 일탈에서 오는 평온함이 없다.

70년대 기차여행은 설렘이었다. 빈 옆자리에 앉을 사람이 궁금하고, 그 인연으로 결혼도 이어졌다. 요즘은 스마트폰에 뺏겼다. 아예 코를 박든가 페블릭을 꺼내놓고 귓구멍도 막아버린다.

그 옛날, 잠자리도 모텔보다는 민박이 좋았다. 서울에서 왔다 하면 도시로 보낸 손주 생각에 따순밥(따뜻한 밥) 해먹이기도 했던 그 투박한 된장찌개 맛이 정말 간절히 그립다.

더 많은 시간을 나누고자 통행금지 시간을 이용하고, 조금이라도 손잡고 더 많이 걸으려 했던 그 시절의 그 남자도 간절하지만, 이제는 없다.

내가 찾는 남자는 그 길 위에 없다.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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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