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김기은 소설가] "미사도 예배고 내 눈부터 붙여야겠소."

"다 하느님이 도와줘서 바쁜 거네."

"하느님 없을 때도 이맘때는 똑같이 바빴소."

엄마가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하느님을 믿겠다면서 주일을 빼먹으면 안 돼. 그럼 세례 받는데 문제 있어”

“문제 될 것도 쎘소(많소). 내가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도 네가 바빠서 못 오는 구나하고 날 믿으면 돼지요.”

할머니는 하도 어이가 없어 그만 돌아가 버렸다.

“씨부랄”

엄마가 또 그 욕을 했다.

그러더니 꼴통을 부리는 어린애처럼 시간이 되도 성당을 안 갔다.

다음 해에 주인 할머니는 보증금이나 안 되면 월세라도 올려야겠다고 했다.

군에서 운전을 매워 제대한 오빠가 택시를 하겠다며 엄마한테 차를 사달라고 조르던 때라 집세를 올려줄 처지가 아니었다.

엄마는 이자 돈을 구하러 다니고 있었다.

할머니는 그런 사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밤중에 재봉틀소리가 시끄럽다는 둥, 다리미 때문에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는 둥 하는 것이 나가라는 소리였다.

우리는 또 이사를 갔다. 엄마는 성당도 "끊었다"고 했다. 나도 학교를 끊고 싶었다. 벌써 세 번째 전학이었다.

그 후에 원불교도 믿고 했지만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그러다 내가 집을 나와 대학을 다닐 때는 대순진리회를 다닌다고 했다.

이번엔 나도 성인이 된 터라 엄마에게 뭐라 싫은 소리를 했다.

“여기는 진짜다.”

이번엔 정말 푹 빠져버린 듯 매우 열정적이었다. 그것은 엄마가 다닌 종교들 중에 가장 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열정으로 보아 이번만큼은 돌아가실 때까지 엄마의 영원한 안식처로서 마지막 종교가 될 것 같았다.

엄마는 이번에도 나더러 결혼 안 할 거면 거기나 들어가 수도하고 살라며 또 한동안 성화를 부렸다. 하도 그런 말을 듣다보니 나는 결혼하면 안 될 팔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하나밖에 없는 딸한테 왜 자꾸 혼자 살라고 하냐고 그랬다.

"여자 팔자 결혼하면 고생이요. "

"그런 말 말아요. 돈 많은 착실한 남편 만나 팔자 피게 될지 누가 알아요."

"그러면야 바랄 게 있겠소. 저게 연애질도 못하고, 우리 형편이 이러니 어디 중매를 부탁해도 기껏 말 나오는 게 안 들은 만 못하니 안 그렇소. 그럴 바에야 그게 낫다는 거지."

하지만 대순진리회도 끝까지 못 갔다. 바느질을 하느라 열심히 못 다닌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종교에 대한 엄마의 불신이 도진 거였다.

엄마가 번번이 그만 두는 가장 큰 이유 는 종교가 신도들한테 한 푼이라도 뜯어내려고만 하고 다 도둑 놈 같다는 거였다.

“좀 괜찮아 보인다 싶어 다녀볼라고 하면 거기도 다 돈이다. 많이나 내야 좋다하고, 내같이 없는 사람은 좋다고 안 한다. 괜히 눈치 보이고 기분 나빠서 가기 싫다. 내가 뭐 하러 그런데 가서 눈치 보냐. 나는 벨도 없냐? 나도 여학교 나오고 젊어서 이북에선 한 소리 듣는 집에서 살았다.”

“엄마, 공짜로 복 빌러오면 신도 싫어해요.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지.”

내가 농담을 한 건데 엄마가 정색으로 반박했다.

“누가 공짜로 복 달라하든? 형편껏 내면 되는 거지. 하느님 부처님이 돈 받아쓰는 것도 아니고, 밑에 사람이 쓰는 거잖나. 그 양반들이 나보다 다 얼마나 부잔데 없는 사람 뜯어 먹을라고 하면 되나? 있는 사람이나 뜯어먹고 없는 사람은 보태 줘야지. 사람이 그러는 게 아니다. 내가 목사가 되도 그렇게는 안 하겠다. 십일조가 어딨냐? 약 먹고 죽으려고 해도 약사 먹을 돈이 없어 못 죽고 있다.”

"돈 아까우면 집에서 냉수나 떠놓고 빌어요."

"천상 그래야 할라나 보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엄마가 다시 민간 신앙에 기댄 것 같지는 않았다. 냉수를 떠놓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나중엔 당신 자신을 믿는 것 같기도 했다.

"나만 똑바로 살면 된다. 남 해코지 안하고.... 그럼 되지. 하느님이고 부처님이고 너희들 잘 되라고 그랬던 거지, 죽어서야 알게 뭐냐. 다 부질없다."

결국 엄마는 어느 종파에도 머물지 못하고 떠돌았다.

엄마의 삶처럼 그렇게. 그러니 천국도 극락도 천상계도 머물지 못하고 객귀로 떠돌게 될지도 모른다. 죽어 좋은 데 가긴 틀렸으니, 그 또한 호상이 아니다.

“좋은 데 가셨을 거다. 좀 누워계시긴 했지만 그래도 고통 없이 주무시다 가셨으니 복이다. 호상은 원래 잔치다. 너무 가슴 아파하지 마라.”

오빠는 거듭 호상을 주장했다.

그러던 중에 여자 문상객 둘을 맞았다. 내 친구였다. 나는 일어나며 오빠에게 "내 친구"하고 속삭였다.

오빠가 얼른 옆에 놓아 둔 작지를 들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재빨리 영좌 옆 상주의 자리로 가서 서더니 “아이고~, 아이고~” 하고 메마른 곡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계속>

김기은 소설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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