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 김정겸 칼럼니스트] 음악(音樂)의 음(音)의 사전적 파자는 목구멍(口)에서 나오는 소리를 일정(一)한 곡조나 음성으로 구분(立)하고 세웠다는 뜻이다. 또 악(樂)을 파자하면 하얀(白)가죽으로 만든 북을 나무(木)에 줄로 매달아(絃, 악기) 놓고 두드리는 모습을 나타낸 글자이다. 여기서 우리는 악(樂)과 약(藥)의 한자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악(樂)과 약(藥)은 발생학적으로 같은 뿌리이다. 우리가 병들었을 때 먹는 것이 약(藥)이라면 영혼이 병들었을 때 먹는 약이 악(樂)이다.

힐링(healing)을 치유(治癒)라고 한다. 유(癒)를 파자하면 ‘병들 녁(疒)+더욱 유(兪)+마음(心)’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치유는 마음을 다스리면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의 영혼이 아플 때 마음을 치유해주는 것이 음악이다. 음악은 선율로서 마음을 치료하는 약이다. 음악을 들으며 명상(暝想)에 잠기면 병든 마음이 치료된다. 이런 의미에서 명상이라는 영어단어 meditation이 약(藥)을 의미하는 medicine과 그 근원이 같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음악은 타락한 영혼을 카타르시스(catharsis)해주는 치료제이다.

음악이 현실의 문제를 치유해주는 기능을 할 때 대중은 그 음악을 통해 치유를 한다. 이승철이 고 노무현 대통령을 기리고 기억하며 만든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들으며 마음 한 편에 우두커니 세워 두었던 쓰린 마음을 다시 한 번 추스르게 된다. 80년대 록 밴드 '사랑과 평화'의 보컬 이주엽이 지난해 발표한 '속았네 속았어'는 혼란스런 시국에 맞물리는 가사로 흥미롭게 다가온다. 음악은 그렇다. 죽어있는 우리 영혼을 일깨워준다. 침묵하고 있던 우리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약이다.

반전운동과 민권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인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가 불렀던 'Blowing In The Wind'는 후에 베트남전쟁이 한참일 당시 미국 내 반전운동가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대중은 가수를 사랑한다. 의식 있는 가수, 그래서 깨어 있어 민중을 호흡하게 하는 가수를 사랑한다. 음악이 현실을 반영하여 침묵하고 있는 대중을 일으켜 세운다고 그것을 정치적 행위로 보아서는 안 된다.

양희은의 ‘아침이슬’을 보자. 그 가사 하나하나에 사회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물론 그 당시 시위에 나선 학생들이 이 노래를 부르면서 시위를 시작하자 당국은 ‘아침이슬’을 금지곡으로 묶어버렸다. 시위할 때 이 노래를 부른 저변의 의의는 무엇인가? 억압된 시대, 독재자의 내면화에 대한 저항을 담고 있는 철학적 의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민주화 운동에서 자연스럽게 불려졌다. 김지하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를 원작으로 작곡된 노래이다. ‘아침이슬’은 그 시대 사회적 변화를 간절히 바라는 시원함을 주는 소나기 같이 귀중하고 소중한 노래였다. ‘목마름’을, 그것도 타는 목마름을 해소해주는, 톡 쏘아주는 탄산음료와 같은 노래였다.

대중음악은 때로는 철학적이어서 우리에게 가슴 뭉클함을 주기도 한다. 철학적 가수 고 신해철이 그 대표적 예이다. 신해철의 노래는 실존적이다. 넥스트 2집에 있는 ‘불멸에 관하여’에서 죽음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한다. 그의 음악은 사르트르(Sartre)의 철학적 토대인 죽음에 대한 실존적 음악이다. 철학이 근본적으로 대중가요의 제목이나 노래로 사용되는 경우는 많다. ‘장자(莊子)’ 내편 제1편 ‘소요유’가 클릭비의 ‘소요유’에 쓰였고, ‘장자’ ‘제물론’의 결론의 제목과 내용인 ‘호접지몽’의 이야기를 푸른새벽의 ‘호접지몽’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음악이 철학적이기 위해서 어려워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부활 김태원의 노래에서 찾아 볼 수 있듯이 노래 가사 하나 하나가 철학적이다. 사랑과 죽음의 인생살이는 결코 끝나지 않는 이야기로 다가오는 그의 노래 `Never Ending Story`는 사랑의 끝이 없음을 철학적으로 노래했다. ‘끝이 없음’의 의미는 ‘새로운 시작점’과 다름 아니다. ‘끝’의 영어 단어 end는 ‘목적’의 뜻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끝은 새로운 시작점을 제시해주는 적극적인 행동의 언어이다. 이제 대중음악에 대한 편견을 버릴 때이다. “대중음악이 무슨 사회를 개혁하고 철학적 지혜를 주느냐”하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은 덜 깨어있는 사람이다. 김태원은 한 인터뷰에서 “음악에 대한 편견은 인종차별과 같다"라고 했다.

이처럼 음악은 보다 나은 사회 건설의 힘을 주는 원동력이기도 하며 우리 삶을 대변해주는 철학이기도 하다. 어두운 현실을 밝게 해주는 빛으로서 음악과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지혜로서의 음악, 이 모두가 우리에게는 즐거움이다. 공자에게 있어 “악(樂)은 채움(기쁨)을 주로 한다.[‘禮記’ : 樂主其盈(악주기영)]” 따라서 ‘악(樂)’은 쓰임에 따라 ‘즐거울 락’과 ‘좋아할 요’로도 쓰인다. 음악은 우리가 즐길만하며, 기꺼이 좋아해야 한다. 쇼펜하우어(Schopenhauer)는 “음악은 일상의 고통과 권태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킨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음악을 ‘예술 중의 꽃’이라고 말한다.

이제 필자에게도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정겸 칼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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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정겸은
철학박사, 文史哲인문학연구소장, 현재 한국외국어대학 겸임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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