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김윤겸 칼럼니스트] 최근 2~3년 들어 극장가에서 눈에 띄는 한 가지 현상은 재개봉 열풍이다. 현재 할리우드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가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하고 있으며 ‘빌리 엘리어트’와 ‘초원의 빛’ 등도 상영되고 있다.

재개봉 붐이 일던 초창기에는 개봉한지 제법 오래된 고전영화나 할리우드 화제작 등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10년 이내에 개봉한 화제작이나 극장 개봉 당시 주목을 끌지 못하다가 후에 영화팬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지도가 오른 영화들도 재개봉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재개봉을 준비 중인 ‘500일의 썸머’나 다음달 선보이는 ‘다크나이트’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콘텐츠 범람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요즘은 다양한 극영화들이 극장은 물론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나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해 다양하게 관객들을 접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 사용이 확대되면서 그만큼 플랫폼의 종류도 확대됐고 그만큼 기존보다 더 다양한 콘텐츠들이 선보여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 있어서 지난 영화들의 재개봉은 독특한 현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어찌 보면 요즘 트렌드에 다소 비껴나간 연출, 스토리텔링일 수도 있는 예전 영화들이 다시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눈에 띌만한 성적을 거두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최근의 영화들은 기획, 장르, 스토리, 소재 등에 있어서 획일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역력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경우 히어로물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컴퓨터그래픽(CG)이 주가 된 SF장르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대규모 물량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만 봐도 과거 20~30년 전에는 쉽게 볼 수 있었던 광대한 스케일의 드라마 장르 등도 실종된 상태다.

국내 영화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제작·유통 등에 대기업이 장악하다시피 하니 블록버스터 상업영화들로 시장이 편중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관객이 들만한 비슷비슷한 기획과 장르로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보다 안전한 선택을 위해 연출과 스타일 면에서 흥행공식에 들어맞는 영화들만 양산되고 있다. 시장은 거대해졌지만 다양성은 좁아진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참신한 연출과 기획, 스토리, 소재로 관객들에게 주목을 받았던 영화들이 다시금 극장가에 재개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단순히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과거지향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다양성 부재에서 비롯된 오늘날 영화계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대세를 이루며 영화의 제작규모는 물론 배급·마케팅 측면에서도 물량공세로 크게 치고 빠지는 전략이 주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콘텐츠의 생명력 혹은 주기는 짧아졌고 위험부담을 덜기 위해 참신한 소재 혹은 호흡이 긴 영화들은 자리를 잃어가기도 했다.

현재의 재개봉 바람 현상은 이런 흐름에서 벗어난 영화들, 혹은 과거의 명작을 다시 극장에서 즐기고자 하는 관객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그래서 재개봉 영화 시장은 독립영화 혹은 소규모 영화 못지않게 영화판의 틈새시장으로써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김윤겸 칼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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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컬럼니스트는
TV리포트, 티브이데일리, 시크뉴스에서 취재팀장을 담당했다. 현재 트레블라이프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