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안문석 작가] 트루먼은 골프채를 잡아본 적이 없다. 일반인들이 골프를 귀족들의 스포츠로 알고 있기 때문에 정치인이 골프를 하면 정치적으로 매우 불리하다고 보았다. 상원의원 시절보다 부통령, 대통령이 되면서 미국인들의 평가도 훨씬 좋아지고 정치적 감각도 발달한 트루먼은 대통령 재임 시에도 골프를 하지 않았다. 대신 포커를 좋아했다. 또 가끔은 워싱턴 포토맥강에서 요트를 탔다. 그걸로 업무 스트레스를 풀었다.

골프를 하지는 않았지만 골프하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골프를 안 하는 이유로 든 것이 ‘귀족들의 운동’, ‘부르주아 스포츠’ 등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한 것은 그 나름의 판단이었고,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이 된 지 1년쯤 되었을 때 민주당은 그의 골프에 대해 비판을 연일 쏟아냈다. 이때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초야에 있던 트루먼이 나섰다. 아이젠하워 골프 비판은 어리석고 옹졸한 짓이라고 말한 것이다. 휴식을 위해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트루먼이 실제로 걱정한 것은 민주당의 정치적인 손실이었다. 골프를 해도 아이젠하워의 인기는 여전히 좋았다. 정치적 계산이 빠른 트루먼은 ‘인기가 높은 대통령을 골프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보았다. ‘잘하는 대통령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 ‘잘 나가니까 시기한다’ 등의 비판을 시민들에게서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트루먼은 반공주의자 부통령 후보를 찾는 민주당 지도부에 발탁되어 상원의원에서 운 좋게 부통령이 되었고,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사망하면서 대통령까지 되었다. 그러면서 정치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대통령 퇴임 후에도 날카로운 정치 감각으로 민주당에 훈수를 했다. ‘아이젠하워 골프를 비판하지 마라’는 훈수는 그런 트루먼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안문석 작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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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통령과 골프에서 발췌, 저자 안문석 / 도서출판 인물과사상사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