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선정 시인] 나이와 계절은 상반되는 게 아니지만, 아직은 나이가 들었다고 노인 행세하기는 이른 육십 대 후반. 구구팔팔일이삼은 아닌 중노년에 가까운 지금의 내 나이가 그렇다.

정년퇴직으로 인해 부득이 제2의 인생을 살아가야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나이이다.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며, 새로운 일자리에서 나름 열심히 사는 후반전처럼 말이다.

그래서 일과 여가선용도 병행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쉬는 날이면 혼자라도 여기저기 수도권 근교를 찾아다니곤 한다.

작년 시월 하순쯤이었다. 불현듯 가을 단풍 산행을 하고 싶어서, 경기도 가평군 소재 유명산으로 등산을 가 보로 했다. 잠실역에서 출발해 약 1시간 만에 종점에 도착 하여 산행을 시작했다.

단풍이 곱게 물든 곳마다 스마트폰에도 담아보며 천천히 오르다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아 속이 시원하고 상쾌해 진다. 정상에 도착해서 도시락에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은 그야말로 꿀맛이니, 이것이야 말로 소확행(소소하지만 작은 행복)이 아닌가.

유명산 만추

계곡 길 거슬러 오르니
걸음은 더디지만
물소리 소담스레
답답했던 속 풀어 주고

중노년의 나이에
산을 오르며
몰아 쉬는 숨 가볍기에
회상도 즐겁다

산그림자 내려앉은 곳
물줄기 하나 되는데
뜨끈한 컵라면에
소주 한잔

붉게 타는 가을 여정에
얼큰한 해장 맛은
단풍만큼 후끈하다.

그것이면 족하지.

시인 박선정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수석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현실에 직면한 시들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튼실한 문학인의 길을 가고 있다. 시와수상문학 문학상, 공로상 수상, 저서로 ‘젊은날의 초상’ ‘잊어야 할 것이 있다면 내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