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박선정 시인] 얼마 전 남녘 통도사 홍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잠실대교와 잠실철교 사이 한강공원 둘레길에도 매화가 피기 시작했다.

매년 초봄이면 접하는 꽃이지만, 볼 때마다 늘 새롭고 상큼해서 개화 시기가 되면, 꽃이 피었는지 궁금하여 찾아기 본다. 꽃이 피는 과정을 보면서 겨울 동안 쌓였던 묵은 마음의 짐을 털어내기도 하고, 새로운 기운을 받는 계기로 삼곤 한다.

T 재활치료 병원 야간 행정 당직 근무를 마치고 아침 퇴근길 봉은사역에 도착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 시간이 오전 여덟 시 사십분 가량인데, 9호선 개찰구를 빠져나오는 인파 절반은 이삼십대 3할은 사오십대가  대부분이었다.

인파가 많아 그 틈을 비집고 앞으로 나가기란 쉽지가 않다. 아직은 2월 중순이라 입고 있는 옷차림도 두툼하고 어두웠지만, 깊은 동토 속에서 꿈틀대는 봄기운이 감돌고 새싹이 움트 듯, 출근길의 활기찬 발걸음에서 봄처럼 생기가 넘치는 인파를 헤집고 나가다 보니 웬지 뿌듯하고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니 출근 시간 맞추느라 아침 시간 분주하고 바빴을 테고, 아침 식사는 제대로 했는지, 부모 마음처럼 애틋하고 짠해졌다.

출근길 봉은사역 광장 통로의 수 많은 발걸음은 밀물 들고 썰물 빠지는 듯, 일렁이는 파도처럼 힘차게 물결치고 있었다.

아침 봉은사역

아침 출근 봉은사역
서울 젊은이들 다 몰린 듯
선남선녀 인파에 압도 되어
아비 된 심정 애틋한데
부스스 덜 깬 잠 흘러나온다

새벽 잠 깨기 얼마나 힘든데
아침밥 드는 둥 마는 둥 나설 때
아릿한 속 그렁그렁 짠하다

9호선 급행 열차 생떼 같은 젊음들

느릿느릿 여유롭게 살 수는 없을까
홍매화 핀 봄을 보듯
아린 속 보듬어 달래 보는 아들들 딸들
무탈하고 행복한 오늘만 되기를.

시인 박선정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수석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현실에 직면한 시들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튼실한 문학인의 길을 가고 있다. 시와수상문학 문학상, 공로상 수상, 저서로 ‘젊은날의 초상’ ‘잊어야 할 것이 있다면 내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