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영희 시인] 소설 좋으냐고 물어오면 쾌남아 활개 치는 영웅 소설보다야 가슴 절절 끓어올라 눈물샘 자극하는 신파적인 순정 소설이 좋다고 말합니다.

적나라한 관계 속을 파헤치는 극화, 대하소설보다 사랑이 움직이고 하늘이 움직이고 세계와 별이, 우주가 움직이는 판타지 소설이 좋다며 듣도 보도 못한 별의별 소설 장르를 읊어댈 수 있지만 시(詩)를 쓰냐고 물어오면 머뭇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맞닥치고 바라본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시를 쓰자고 해도 풋 되지도 못해 푸서리만 넓은 사람이라 잡생각에 중심이 서지 않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굳이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그저 막연하지만 내 마음을 짧게 전하는 거라 말할 뿐입니다. 그림자처럼 늘어진 영혼이 닿아 바라본 시간을, 집적대고 건든 깊이와 넓이만큼 스스럼없이 끼적거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오늘도 그렇게 건드려진 마음 하나 드러내 놓고 끼적거리고 있습니다.

시 익는 나날

한순간 던져 놓고
잊은 듯 해찰하다
불현듯 들여 보다
살살 쓰다듬길
달소수 열나절

두텁게 익었으면
속내도 익었으면
너 익듯 나 익어
도피안도 익었으면

ㆍ달소수 : 한 달이 좀 지나는 동안
ㆍ열나절 : 일정한 한도 안에서 꽤 오랫동안
ㆍ도피안 : 열반에 이르고자 하는 보살의 수행

시인 박영희는
한국문인협회 회원, 디지털 삽화가, 칼라맨, 캘리그라퍼. 출판편집 디자인 팀 ‘지소사’의 팀장, 시와수상문학 운영위원장으로 문학사랑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박영희 시인은 필명 ‘지소하’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 ‘우연처럼 뜬금없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