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영희 시인] 저마다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바쁘게 아침을 일구는 시간.
하늘 저 편에서 길 떠나는 새소리에 고개를 젖혔다.

똑딱거리는 시계를 바라보지 않아도 새들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때가 되면 새로운 보금자리를 향해 오고 간다.

사계절을 오롯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삶을 채우는 것이다.
자신의 길을 가느라 여념 없는 그들이 하늘 한 편에 가지런히 수놓고 있는 V자 열.

걸음을 멈추고 잠시 새들과 눈맞춤 인사하는 청초한 아침이다.

돌아가는 길(歸棲)

서편이 붉어질 무렵
바람이 지그시 감았던 눈을 뜬다
분명 지워진 시간이었음에도
구름을 재촉하던 모습이
기억을 더듬는 듯
간헐적 멈춤을 한다

언젠가
싹쓸바람에 휩쓸려 와 잃어버렸던
고향 가는 길
이국처럼 낯선 땅 내음이
임계점을 자극해 멈칫거렸지만
설렘은 도래하여 그날

한식경만에 준비를 마치고
막바지 저녁놀의 배웅을 받으며
저만치 앞서 먼저 보따리 매고 나간
구름 한 귀퉁이 너머로 노을보다
붉게 닳아 오른 심장을 던진다

정수리에 아픔으로 꽂혔던 향수들을
춤추는 시계침 위에서 가닥가닥 비틀어
살뜰히 곰삭힌 덕에
잊히지 않고 살아남은 텃밭 위를
심장보다 붉은 종이비행기들이
걸고리에서 해방된 나비인 양
날아다닌다

*한식경 : 한 차례의 음식을 먹을 만한 시간

시인 박영희는
한국문인협회 회원, 디지털 삽화가, 칼라맨, 캘리그라퍼. 출판편집 디자인 팀 ‘지소사’의 팀장, 시와수상문학 운영위원장으로 문학사랑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박영희 시인은 필명 ‘지소하’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 ‘우연처럼 뜬금없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