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어느 골프 예찬론자는 GOLF의 4글자를 다음과 같이 풀었다. ‘G’는 Green(푸른 잔디), ‘O’는 Oxygen(맑은 공기), ‘L’은 Light(밝은 햇빛), ‘F’는 Friend(좋은 친구)라고 했다.

골프는 다정한 친구와 함께 잘 다듬어진 잔디 위를 거닐며 밝은 태양 아래 향긋한 풀 내음과 깨끗한 공기를 가슴에 담고, 공을 파란 하늘에 날리며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운동이니 이 얼마나 멋있고 즐거운 운동인가.

지난 1년간 골프 한 가지만 골똘히 생각하면서 일상에서의 사소한 모든 것들을 골프와 연관 지어 글을 쓰다 보니 글쓰기는 마음같이 절대 쉽지 않은 일임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50회의 칼럼을 쓰면서 골프 관련 서적도 많이 읽으며 막연히 알고 있던 골프 관련 상식도 정확히 아는 호기가 되었지만, 돌아보면 못난 글 솜씨로 지난 1년간을 어찌 이어 왔나 싶어 스스로 신기한 생각이 든다.

글을 올리기 1주일 전에 제목을 먼저 정하고 관련 내용을 생각하다 보면 골프에 관해 평소에 느꼈던 사소한 것들이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을 글로 엮어내는 것은 설계하는 일만큼 쉽지 않은 과정을 겪어야 했다.

어떤 건축물 디자인을 구상할 때면 스치는 머릿속 이미지를 붙잡아 스케치해 형상화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글을 쓰는 과정 또한 전달하려는 뜻을 문맥의 흐름에 맞게 정리하고 주제에 맞는 내용이 분명하게 살아 있어야 한다.

살면서 자신의 결점을 스스로 알지 못하듯 쓰여진 글을 읽다보면 맞춤법도 틀리고 필요 없는 부연 설명도 많은데 이상한 것은 분명 잘못 쓰고도 본인이 생각한 대로 읽게 된다는 것이다.

칼럼의 초안을 손으로 쓰지 않고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작업하다 보니 편집은 쉽지만, 편집과정에 일순의 부주의로 원고가 순식간에 없어져 처음부터 다시 쓰는 멍청한 실수도 여러 번 했다.

분명 고민하며 썼던 내용이라 설령 원고가 없어지더라도 바둑처럼 복기가 다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글 쓰는 수준이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이다 보니 머릿속이 하얘지고 이마에서 김이 팍팍~ 나도 잃어버린 글을 복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렵게 겨우겨우 골프를 이야기로 만들었지만 ‘글’은 말과 달라 언제나 그대로 남아 있기에 정확하고 글의 내용이 편향되면 안 된다. 그래서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하는 처지와 상황이 각기 다르기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25년 이상 골프를 쳤으나 골프가 어려워 1년 전 골프 관련 글이라도 잘 써 보려는 큰마음을 먹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글 쓰는 일이 골프보다 훨씬 어렵고 무척 힘들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기자나 작가보다 훨씬 수월할 것 같았던 칼럼이 막상 정해진 날짜가 다가오면 은근히 준비과정이 바쁘고 힘이 들었다. 그래서 원고 마감 시간에 쫓기는 기자와 대본을 마쳐야 할 작가는 아마도 피를 말리는 심정이 아닐까 싶다.

‘글’이란 것은 발이 없는데도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지고 심지어 멀리 바다 건너 미국까지도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간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서로 아주 친했던 사이였더라도 각자 살기가 바쁘다 보니 마음은 있으면서도 대부분 사람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는 심정으로 살아간다.

가까운 지인에게 1주일에 한 번이라도 글로 안부를 묻고 같은 주제를 생각해 보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지난 1년간 글을 힘들게 썼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분명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사람은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데 아주 특별한 사람들 빼고 누구나 그렇듯 매일 같은 일상을 맞이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지인들과 관계를 만들어 간다. 그러나 인생은 너무나 짧고 주변에 많은 지인이 가까이 있어도 서로 소통이 없다면 잘 아는 사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동시대를 공유하고 같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간다는 것은 인생을 통해 너무나도 크고 소중한 인연이다. 다만 그 인연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함께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골프 잘 치는 책을 읽어 보면 스윙 하나에도 참 많은 원리와 방법이 나온다. 하나 이런 바른 동작을 글로 읽고 이해하기는 무척 어려우며 설령 이해했더라도 스스로 몸에 익히기는 상당히 어렵다.

골프의 모든 것을 글로 옮기는 것 또한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식하고 용감하게 겁도 없이 글쓰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밑천(?)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골프 프로들에게도 질문하고 심지어 캐디들에게도 물어보면서 글쓰기 도움을 받기도 했다.

50편의 글을 썼는데도 여전히 골프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이 솔직한 지금의 심정이나 그래도 얻은 것이 있다면 골프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이다.

골프는 신사들의 운동이라서 항상 예절과 몸가짐을 잘 지켜야 하는데 이런 것은 신기하게도 우리의 ‘인생의 덕목’과 일치한다고 본다.

골프에서 예의와 태도가 얼마나 중요하면 골프 규칙에 제일 먼저 중요성을 언급했을까.

골프에서 약속은 그 사람의 인격을 보여준다. 이것은 본인 사망 이외에 반드시 따라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골프 약속은 꼭 지켜져야 한다.

또한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자신과의 싸움’이다. 골프는 심판이 없더라도 자신의 양심과 자율을 기본원칙으로 준수해야 하니 어찌 보면 골프는 ‘스스로 도에 이르는 길’이 맞다.

골프 전문가는 아니지만 얕은 지식으로 겨우겨우 쓴 이 글들을 지금껏 잘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데 대해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행여나 틀린 글이나 잘못된 생각이 글로 변해 불편함이 있으셨다면 아마추어라 그러려니 하시고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글을 잘 못 쓰고 골프도 좀 못 치면 어쩌랴.

이것이 좀 더 솔직한 삶이 아닐까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이제는 아쉬움과 함께 큰 매듭을 지어야 하며, 앞으로 삶에 여유가 조금 더 생기니 그 순간들을 잘 즐겨야 할 것 같다.

파란 하늘 아래 좋아하는 사람들과 잔디를 밟으며 스코어에 연연하지 말고 건강을 위해 운동한다면 그것이 진정 골프를 사랑하고 즐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끝으로, 이 글을 읽으신 분들 모두 “나이스 샷~!”입니다.

최재인 건축사

최재인 칼럼니스트  master@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