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본인 스스로 기량을 키워 경기하는 스포츠와 같이 골프도 스스로 실력을 키워 동반자와 함께하는 스포츠이다. 항상 같이하는 상대가 있으므로 경쟁이 되고 우열이 가려지기에 초보는 초보대로 프로는 프로대로 긴장된다.

지난 칼럼에서는 라운드하거나 내기할 때 미리 챙겨보거나 스스로 알아야 하는 사항들을 썼는데, 이번 주 칼럼에서는 골프 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상황을 알아본다.

골프 하고픈 상황
1. 함께하는 동반자 : 친목이나 사회관계에서 맺어진 관계보다는 평소 보고 싶었던 분들과 함께하는 골프 라운딩은 훨씬 더 많이 기다려지고 심지어 설레기도 하니까 그런 동반자와 함께하는 라운딩을 더 많이 즐기자.

2. 가고 싶었던 골프장 : 작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533개의 골프장이 있고 제주도에는 무려 34개나 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꼭 가보고 싶은 골프장이 있다면 계획을 세우고 자세하게 사전 학습 후 경기한다면 더 큰 보람이 있다.

3. 내게 맞는 계절 : 흔히 말하기를 “공치기 참 좋은 날씨다”라고 하는 계절은 봄바람이 심한 이른 봄도 아니고 더위가 한풀 가시는 초가을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같은 생각이다 보니 골프장 예약하기가 무척 어렵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계절에 더 많은 라운딩을 즐겨보자.

편한 골프 소모품
1. 골프공 : 프로들도 즐겨 쓰는 최고의 골프공이라는 ‘타이틀리스트’ 공은 스핀이 좋다고 하는데 일반 골퍼가 스핀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골퍼는 ‘One Ball One Game’만 되어도 아주 훌륭하므로 볼을 분실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더 좋은 점수를 만든다.

2. 골프 티 : 골프 스윙에서 일관성 있는 티 높이를 유지하는 것이 굿샷의 기본이기에 자기만의 골프 티 높이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고 친환경을 생각해 나무 티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끈이 달린 것을 쓰면 티샷 후 분실된 골프 티를 찾느라 헤매지 않아 좋다.

3. 볼 마크 : 그린 위에 온을 먼저 시킨 후 뒷사람의 공과 부딪히는 것을 막기 위해 동전 같은 마크로 위치를 표시해 두는 것이다. 이는 생김과 크기에 따라 골퍼의 성향을 간접적으로 알 수도 있는데 볼 마크가 크거나 화려하면 성격이 화끈해 배판을 잘 부르는 경향이 있다.

나를 돕는 방법
1. 캐디의 조언 : 캐디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캐디 또한 손님을 정중하게 대해 주고, 하나라도 더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줘 내기하는 상대는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다.

2. 셀프 칭찬 : 옛말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했듯이 잘 될 것 같다는 확신은 좋은 점수를 만든다. 그러나 전 홀의 미스샷을 떨쳐 버리지 못하거나 스스로 자책하다 보면 남은 홀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3. 무조건 여유 : 미스 샷의 대부분은 빠르거나 정확하지 못한 스윙이 원인이다. 빠른 스윙은 긴장감을 빨리 떨치기 위한 것이 많고, 부정확한 스윙은 집중력과 항상성의 부족이므로 스윙에 앞서 일정한 속도로 숫자를 세어보는 ‘루틴’을 만들면 훨씬 더 큰 경쟁력이 생긴다.

욕심보다는 내실
1. 무리한 목표 : 어쩌다 한번 잘 친 기억은 꽤 오래가는데 가끔은 그것이 자신의 평균 실력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어찌 보면 지난번 스코어가 최근 자신의 실력임을 잊지 말아야 내기에서도 부담을 덜 수 있다.

2. 한 타의 소중함 : 18홀에서 홀마다 1타씩만 줄인다면 싱글이 바로 될 듯한 착각에 쉽게 빠진다. 한 홀에 한 타씩 줄임은 하루에 책 한 권 읽기보다 힘이 든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한 타의 소중함이다.

3. 벌타의 무서움 : 크게 잘못된 스윙도 아닌데 단지 거리를 더 내려는 작은 욕심으로 힘을 조금 더 주다 보면 스윙이 빠르고 그 결과 훅이 되어 오비가 난다. 2벌타의 덤터기를 쓰면 스코어를 망치고 마음을 다쳐 남은 홀도 급격하게 전의가 상실됨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을 이기기
1. 두툼한 배짱 : 흔히 말하기를 겁이 없을 때 “간땡이가 부었다”라고 한다. 골프를 잘 치려면 갤러리에 겁먹거나 의기소침하지 말고 겁 없이 휘둘러야 거리도 나고 목적한 곳으로 공이 잘 날아간다.

2. 강심장 갖기 : 필자의 머리를 올려준 선배는 2005년 고교골프대회서 우승했는데 “평소에 그렇게 자신 있던 퍼팅도 TV 카메라를 들여대니 손이 덜덜 떨렸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세계 프로대회에서 상금이 몇십억 걸린 우승 퍼팅은 얼마나 심장이 벌렁벌렁할까 생각하면 우리의 퍼팅은 공연히 가슴을 졸일 필요가 전혀 없는 일이다.

3. 긴장 방어기제 : 인체구조는 위기 때 사전 대비하려고 긴장이라는 특이한 대비를 한다. 특히 골프 티샷이나 퍼팅 때 긴장되더라도 반드시 이를 해소해야 한다.

개체와 환경 간에 생긴 불균형을 제거하여 안정된 적응상태로 돌아가려는 행동양식이 지극히 정상임을 알고 스스로 돌볼 필요가 있다.

골프는 참 어렵고 복잡하며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리기에 조금만 연습을 게을리하거나 방심하면 싱글 수준도 순식간에 90대 수준이 된다. 그러므로 골프 스코어에 목숨 걸지 말고 즐겁게 즐기는 골프를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젊은 시절 부부가 다투는 일은 서로가 잘 몰라 그런 부분도 있지만 서로 이기려는 얄팍한 이기심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쯤 나이가 들어보니 마누라에게 지고 사는 것이 어찌 보면 더 존중받게 되니까 오히려 현명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ㅎㅎ~

골프에서도 인생에서도 나이가 든 것이 분명하다. ㅠㅠ~ <계속>

최재인 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