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정말 이상하고 재수가 없는 일은 신기하게도 이어서 일어나는 게 특이해 머피라는 사람이 ‘머피의 법칙’이란 정말 재수 없는(?) 법칙을 만들었는데, 이런 법칙은 골프장에서도 예외 없이 생긴다.

공이 잘 안 맞는 날은 ‘내가 왜 이러지~’라고 할 정도로 이상하게 공의 대가리(?)와 뒤땅을 때리거나 심심찮게 OB도 내고, 홀마다 3퍼터를 한다.

공이 뜻대로 안 맞다 보면 이런저런 핑계를 적당히 둘러댄다. 아마 그런 행동은 자신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덜 손상되고픈 마음 때문이 아닌가 싶고, 평소보다 안 좋은 것을 ‘특별한 이유’ 때문이라고 자기 합리화하는 듯하다.

사실 특별한 이유와 원인이 없는데도 정말 이상하게 공이 잘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누구나 그런 일은 피하고 싶은데, 그런 악몽이 재현되면 어떠한 이유라도 만들어 모면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리라.

누구나 공이 항상 일정하게 잘 맞을 수 없기에 적당한 이유를 만들어 둘러대는 방법도 좋을 수 있다. 그러나 핑계가 아니고 실제 타당한 이유로 공이 잘 안 맞을 때 그 본질을 밝히려면 오히려 변명 같아 주저하게 마련이다.

공이 잘 안 맞는 적당한 이유를 분류하면 크게 자신의 문제와 외적인 문제, 자연적인 문제와 인위적인 문제로 나눌 수 있다.

무엇이든 핑계는 오래가지 못하므로 골프가 안 되는 이유 또한 유효기간이 아주 짧다.

• 자신의 문제로 핑계를 찾는 경우
1. 과음으로 술이 안 깨서 ~
(운전은 어찌하고 왔는지 걱정됨)

2. 야근 등 업무 과로로 피곤해서 ~
(공치면 더 피곤할 텐데 염려됨)

3. 오랜만에 거시기를 했더니 ~
(이야기하기가 좀 거시기함)

4. 며칠 연속 라운딩했더니 ~
(고럼~ 더 잘 쳐야 정상 아닌감)

5. 옷을 너무 껴입어서 ~
(돈 잃으면 당연히 추워도 옷을 벗게 됨)

6. 요즘 살쪄 허리가 안 돌아서 ~
(허리는 살쪄도 돌아야 정상임)

7. 잠을 제대로 못 자서 ~
(운동하면 피곤해서 꿀잠 자게 됨)

8. 내기만 하면 안 되네 ~
(내기 안 하면 잘 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음)

9. 친구들과 치면 실력 발휘가 안 되네 ~
(접대골프는 분명 더욱 잘 안됨)

10. 어? 오늘 왜 이래 ~
(그럼 평소에는 잘 되는지 궁금)

• 본인 아닌 문제로 핑계를 찾는 경우
1. 골프채를 바꿨더니 ~
(채 바꾸기 전에도 그랬음)

2. 캐디가 잘못 알려줘서 ~
(공은 자신이 치고 캐디 탓을 해서야)

3. 처음 와 보는 코스라서 ~
(자주 가는 코스에서도 같음)

4. 상대방이 너무 잘 쳐 기가 죽어서 ~
(상대가 못 치면 더 못 치게 됨)

5. 잔디를 망칠까 봐서 ~
(그린피에는 잔디 보수비용이 들어 있음)

6. 고수들과 치면 이상하게 안 맞아서 ~
(하수들하고만 놀면 진짜 하수 됨)

7. 주운 공으로 치면 꼭 OB가 나 ~
(그럼 줍지 말고 새 공을 쓰시죠)

8. 동반자가 훼방해서 ~
(잘 치려면 구찌도 잘 견뎌야 함)

9. 그립을 바꿨더니 ~
(다음에는 ‘새 장갑을 바꿨더니 ~’라고 할 듯)

10. 첫 타는 꼭 미스샷이 ~
(그럼 남은 샷 모두 미스샷 하면 안 됨)

• 인위적인 문제에서 핑계를 찾는 경우
1. 앞 팀 기다리다 리듬이 깨져 ~
(자신이 성질 급한 것을 알아야 함)

2. 연습을 너무 많이 했더니 ~
(연습을 대충 한 것이 분명함)

3. 캐디가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서 ~
(그 캐디도 분명 싫어했을 것임)

4. 양 잔디에 익숙하지 못해 ~
(그렇다고 조선 잔디로 갈아엎지 못함)

5. 티샷 자리에 매트가 깔려 ~
(그래도 움푹 파인 잔디보다는 좋음)

6. 그린 깃대가 비탈에 꼽혀 ~
(그린 관리자 탓해 봐야 헛일임)

7. 그린이 너무나 빨라서 ~
(프로대회 그린 구경 못한 것이 분명함)

8. 원 그린은 질색이라 ~
(투 그린에서는 옆 그린에 자주 가면서)

9. 페어웨이 거리가 멀어 ~
(롱아이언은 폼으로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님)

10. 벙커, 해저드가 많아서 ~
(그렇다고 메꿀 수는 없지 않은가)

• 말도 안 되는 이상한 핑곗거리
1.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서 ~
(동반자 모두 같은 상황임)

2. 어, 오늘 왜 이래 ~
(맨날 그러면서 오늘만 이상할 수 없음)

3. 동반자가 하수들이라서 ~
(진짜 고수를 만나 터져봐야 정신 차림)

4. 캐디가 너무나 예뻐서 ~
(정신이 딴 데 가 있으니 당연히 안 맞음)

5. 그늘집이 너무나 비싸서 ~
(비싸면 싸서 오면 됨)

6. 공 번호가 3번이라서 자주 3 퍼터를 ~
(그럼 1번 공으로 원 퍼팅하시죠)

7. 카트만 타면 이상하게 안 맞아~
(카트가 웃겠음)

8. 더블 판에서는 꼭 OB가 나서 ~
(본인 간땡이가 작은 것을 알아야 함)

9. 드라이버 잘되면 퍼터가 안 돼 ~
(퍼터가 잘되면 드라이버도 당연히 안 됨)

10. 오늘 이상하게 안 맞네 ~
(더 이상 핑계거리가 없을 때 최고의 변명)

골프가 안 되는 이유를 그럴싸하게 대는 동반자를 만나면 “아하~ 그럴 만하네~” 하며 웃어넘기는 아량이 있어야 진정한 고수가 될 수 있다. 핑계를 잘 대는 데 익숙한 골퍼는 핑계거리가 다 떨어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본인의 실력이 형편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

핑계를 자주 대면 ‘양치기 소년’이 되기 십상이다. 거짓 핑계에 익숙한 동반자는 절대 안 속는다고 이솝 우화에 씌어 있다. 그러므로 변명보다는 스스로 ‘이 모든 것이 내 탓이다~’라고 생각하면 골프 실력 향상에 분명한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오래전 제주도에서 라운드하다가 지인이 숏 홀에서 티샷한 볼이 홀에 들어가기 직전에 갑자기 까마귀가 나타나 물어가는 바람에 아쉽게 홀인원을 놓친 적이 있었는데 그분은 만나면 항상 그러신다.

“그 망할 놈의 까마귀 때문에 홀인원을 못 했어!”<계속>

최재인 건축사

최재인 칼럼니스트  master@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