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골프를 스코어 기록 없이 몇 번을 쳐도 상관없이 재미 삼아 친다면 그것이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 될 성싶은데, 지난해 5천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골프장에 다녀가지 않았을 것이다.

오래전 라스베이거스에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카지노’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호기심이 발동해 집사람과 같이 50불씩 갖고 누구든 100불이 되면 거기서 끝내고 진정한 외화벌이(?)를 해 귀국하기로 했다.

카지노는 정말 다양한 게임 기구가 있었다. 초보자가 쉽게 할 게임은 잡아당기면 문양이 맞아 돈이 나오는 ‘슬롯머신’이 만만해 누적 상금이 많은 자리에 앉아 10센트 단가로 하다가 조금씩 욕심이 생겨 1불짜리로 옮기니까 1시간이 되기도 전에 다 털렸다.

그런데 갑자기 집사람 자리에서 요란한 ‘팡파레~’ 소리가 나면서 코인이 쏟아져 나왔다. 계기판이 번쩍번쩍~ 하면서 1727달러에서 멈추었고, 주변 모든 사람이 축하해 줘 우리는 어안이 벙벙했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카지노를 다녀오신 분들이 이야기했던 대로 “돈 따면 바로 일어나야 진짜 내 돈이 된다”는 말을 믿고 우리는 바로 호텔 방으로 돌아와 즐겁게 맥주를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흥분되어 그런지 한 시간 넘게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아 카지노에 다시 가서 놀기로 합의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카지노에는 창문이 없어 날이 새는 줄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칵테일과 맥주를 공짜로 줘 판단력도 흐려지고, 주변에서 잭폿이 가끔 터지다 보니 골프처럼 혹시나 하고 잘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 결국 밤을 홀랑 새우며 처음 가져간 100불 남기고 번 돈을 다 잃고 말았다. 그 후 시계를 보니 관광버스 출발 1시간 전이라 숙소에서 급하게 샤워만 하고 토스트 한쪽도 먹는 둥 마는 둥 버스에 올라 큰 아쉬움만 남기고 라스베이거스를 울면서(?) 떠났다.

골프에서도 어쩌다 파를 연속하고 버디도 해 오늘 최고 스코어를 만드는가 싶다 보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힘이 잔뜩 들어가 OB 한 방으로 트리플이 되어 그 실망감은 짧은 퍼터도 놓치게 만든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 재미 삼아 고스톱을 몇 시간 치다 보면 운은 돌고 돈다. 어쨌든 광만 팔면 조금은 딸 수 있지만 돈 따기가 어려워 터질 때 터지더라도 계속해야 돈을 딸 수 있다.

그리고 작은 점수라도 나면 일단 ‘선’이 되어야 바닥에 깔린 패 중에서 공짜 쌍피도 건식이 되며, 깔린 패가 많으니 헛손질 없이 광이나 쌍피 먹을 확률이 높아 이어 ‘선’할 수 있다.

18홀이면 반드시 끝나는 골프와 다르게 카지노와 고스톱은 자리를 떠야 끝난다. 그러므로 어디서 끝을 내냐에 따라 잃거나 따므로 욕심을 버려야 한다.

어느 회장님 말씀이 “밤새 고스톱을 치면 돈을 딴 사람은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사우나 가서 몸을 풀고 있지만 돈 잃은 사람들은 새벽까지 자리를 뜨지 못한다”라고 하셨는데, 명심할 필요가 있다.

골프에서는 전 홀에서 잘 치면 다음 홀에서 티샷을 먼저 하는 명예를 얻는다 해서 ‘아너(Honor)’라고 한다. 전 홀에서 잘 친 동타가 둘이면 그 전전 홀에서 잘 친 사람이 ‘아너’가 되는데, 이 경우 ‘캐리 오너’가 아니고 ‘캐리드(carred) 아너’라고 한다.

고스톱의 ‘선’이나 골프의 ‘아너’는 먼저 한다는 점에서 같다. 그런데 골프는 고스톱만큼 먼저 하는 이점은 없다. 오히려 나중에 티샷하는 골퍼가 ‘아너’의 공을 보고 바람의 영향이나 거리를 가늠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는다.

골프도 내기하면 이상하게 몇 만 원에 무척 예민해져 사람이 달리 보이기도 한다. 그래 좀 잃어도 다음에 잘하면 되고 좀 땄어도 분명 잃은 사람이 속상하므로 불편하지 않게 경기 후 돌려주는 것이 좋다.

골프는 퍼팅할 때 장갑을 잠시 벗지만 라운딩이 끝나야 아주 벗는다. 그래서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집중하라는 뜻으로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본다.

‘고스톱’이나 ‘카지노’, 골프든 100% 실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운이 따라야 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운칠기삼’(운이 70% 기술이 30%)이라는 말이 있는데, 공을 치면 칠수록 많은 공감이 간다.

골프를 좀 친다고 절대로 뻐기지(?) 말아야 할 이유는, 그 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30% 정도 운이 따랐다는 것을 진정 알아야 한다.

또한 고스톱, 카지노, 골프에서 운이 좋아 돈을 좀 땄어도 다음에는 잃게 된다. 좀 잃었다고 해도 전부를 잃지 않았다면 언제든 다시 딸 수 있다. 결국 인생사 모두 새옹지마 같으니까 그냥 즐기며 사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가장 실속있게 사는 현명한 방법이다.

고스톱에서 ‘쓰리고’를 하면 배판으로 돈을 딸 수 있듯이, 골프나 인생에서도 많이 걸어야 ‘GO’하기에 ‘쓰리고(3 GO)’를 잘하면 두 배로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다.

고스톱에서 GO…
원 GO 헛손질만 안 한다면 GO.
투 GO ‘GO 박’만 안 쓴다면 무조건 GO.
쓰리고 GO 광박, 피박만 씌울 수 있다면 GO.

골프에서도 GO…
원 GO 카트 타기보다는 열심히 GO.
투 GO 잃어버린 공 찾으려고 GO.
쓰리 GO 퍼팅 거리 알아보려고도 열심히 GO.

인생에서도 GO…
원 GO 명의가 누구인가 알아보지 않으려면 GO.
투 GO 요양원 좋은 곳 알아보지 않으려면 GO.
쓰리 GO 재수 없게 ‘보람상조’ 안 만나려면 GO.

요컨대 잘 걷는 것이 잘 사는 것이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계속>

최재인 건축사

최재인 칼럼니스트  master@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