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칼럼은 필자의 견해이며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음

[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참을 수 없을 만큼 큰 고통과 불편을 3년 가까이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와중에도 골프장은 최고의 호황기를 누려 올해도 연간 이용자 수가 우리나라 인구에 맞먹는 50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골프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골프장은 쉽게 늘어나지 않으니까 당연히 수요 공급이 맞지 않아 부킹이 어렵고, 심지어 대행업체까지 생겨 적잖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골프 라운딩 비용도 보통 15~20만원 정도면 가능하던 것이 25~30만원을 요구하니 매우 부당하다.

국가에서 세금혜택을 많이 주는 퍼블릭골프장 가격이 회원제골프장보다 더 비싸게 받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그 많은 차액은 골프장 주인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

국민권익위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퍼블릭골프장에서 세제 혜택으로 가져간 금액이 5700억원 규모인데 골프장별로 나누면 16억원이나 된다.

세상은 돌고 돌기 때문에 호황기가 영원히 오래갈 수 없고,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 수많은 골퍼가 골프 가방 챙겨 들고 썰물처럼 해외로 빠져나갈 것으로 본다.

또한 그런 상황이 오면 국내 골프장도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뿐더러 골프장 가격도 하락해 부동산 시장에 골프장 매물이 나올 수도 있다.

요즈음 TV와 신문에서 ‘몇십조’라는 단어가 수시로 나오다 보니 1조는 돈 같아 보이지도 않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 골퍼들이 1년간 해외 골프 라운드에 1조2천억 원이라는 큰 비용을 지출했었다고 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그동안 억눌렸던 해외 골프에 대한 욕구와 여행을 가고픈 심리가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국내 골프장을 장악해 가는 젊은 골퍼들도 역시 해외로 몰려갈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모든 레저 활동은 제약받고 있지만, 골프는 야외에서 운동하고 다른 단체운동에 비해 적은 4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므로 코로나19에 덜 노출된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골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호황기를 맞고 그 와중에 국내 골프장은 과도하게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등 관련 비용을 인상해 이용객들의 불만이 쏟아져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그린피가 평일 20만원 후반까지 오르고 카트비는 8만원에서 10만원, 캐디피는 13만원에서 15만원까지 인상되면서 지방도 덩달아 올랐다.

세금혜택을 받는 국내 354개의 대중제(퍼블릭)골프장은 158개의 회원제골프장의 2배가 넘고, 퍼블릭골프장은 그린피를 많이 올려 비싼데도 불구하고 골프 수요가 너무 많다 보니 골프장은 골프 서비스 개선은 고사하고 배짱을 부린다.

일부 골프장은 폭리에 가까운 그린피 인상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퍼블릭골프장은 개별소비세 면제 등의 혜택으로 영업이익률이 40%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골프장 폭리를 제재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코로나 시대 골프장 폭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많은 골퍼가 동의했다.

청원인은 “국내 골프장이 일본의 골프장보다 평균 3.5배 비싸니 전반적인 조사를 해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 주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지난해부터 골프비용 인상에 대한 불만이 계속되고 있지만 주무 부서인 문체부 관계자는 “연내로 국민 불편을 줄이기 위한 ‘골프 산업 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만 밝혔다.

골프산업이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맞다 보니 골프의류는 3배 이상 매출이 늘었고,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골프 브랜드는 직원 1명을 뽑는데 국내외 명문대 졸업생을 포함해 370여 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골프는 과시형 소비에 최적화된 스포츠이고 TV 골프 연예 프로가 인기를 끌면서 20~30대 여성 골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100만원도 넘는 고가의류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에도 골프는 비교적 안전한 야외 스포츠로 여겨진 데다 해외여행이 막힌 영향도 있어 올해 골프 시장 규모가 용품 3조원, 의류 7조원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또한 ‘골프존’ 주가는 2020년 3월 3만원 미만이던 것이 최고가가 18만원에 달할 정도였다.

해외 골프가 막히고 급격히 골프 인구가 늘어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골프장은 늘어나지 못하므로 골프장 부킹은 지역ㆍ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주중에도 부킹난이 아주 심각하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동반자와 비슷한 옷을 입을까 봐 티셔츠를 여러 벌 갖고 오는 골퍼도 있고, 전ㆍ후반에 한 번씩 옷을 갈아입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고로 비쌀수록 인기를 끌다 보니 체형이 비슷한 지인끼리 서로 바꿔 입거나 옷을 빌려주는 임대업체까지 등장했다.

전 국민에게 골프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세계정상급 프로선수들에 의해 국제 경쟁력도 작용하는데, 한국 여자 프로골프는 세계 랭킹 100위 안에 30여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 여자 골퍼 고진영(27)은 지난해 시즌 LPGA 투어 5승을 거둬 상금왕, 올해의 선수 등 주요 타이틀을 휩쓸었다. 그런 결과는 더 많은 골프 인구가 늘어나게 하는 데 큰 동기 부여가 되었다.

국내 골프장은 이익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한국 골프의 미래를 위해 청소년 골프 보급 활동과 주니어 골프선수 육성에 크게 이바지해야 하며, 대한민국의 진정한 골프 대중화 방안을 모색하면 좋을 것 같다.

그동안 골퍼들에게 바가지(?) 씌워 돈 많이 번 퍼블릭골프장들은 반성하는 의미로 그늘집을 놀리지 말고 억울한 골퍼들이 즐겁게 지역별로 맛난 음식을 많이 준비해 무료로 제공하면 어떨까 싶다.

아니면 골퍼들에게서 가져간 소비세를 돌려주던지, 그것이 어렵다면 전 골프인의 이름으로 어려운 불우이웃이나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이렇게 바람 잡다가 퍼블릭골프장 출입 금지 대상이 되지나 않을까 모르겠다(?). <계속>

최재인 건축사

최재인 칼럼니스트  master@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