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KGBA 제공

[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우리의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단어에는 정말 많은 일본식 영어가 들어 있는데, 특히 건설 분야 현장에서는 오랫동안 상용화되었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불행한 36년간 한일합방 기간 동안 마음대로 우리의 글과 말을 쓰지 못하고 심지어 이름까지 바꿔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골프 용어도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골프라는 스포츠 도입은 대한민국이 일본보다 1년 더 빨랐다. 그런데도 일본은 왕실의 적극적인 골프 사랑으로 인해 과거에는 일본에 많이 뒤처져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골프가 먼저 성행해 발전했고, 이웃 국가인 한국은 당연히 골프에서도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일본식 골프 용어가 지금도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바르지 못한 골프 용어를 정리해 보았는데, 참고로 알아두면 좋고 이왕이면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미 일상화되어 필자 역시 바르게 고치기가 쉽지 않다.

ㆍ티업 (Tee-up) X → 티오프(Tee-off) O
​일반적으로 시작되는 시간을 두고 ‘티업’( Tee-up)이라 하고 골프의 시작도 이 용어를 쓰지만, 이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긴 해도 올바른 표현은 ‘티오프’(Tee-off)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축구에서도 공이 떠난 시점을 두고 ‘티오프’라고 하는 것처럼, 골프도 역시 동반 플레이까지 모두 티샷을 한 시점을 의미하므로 ‘티업’이 아니라 ‘티오프’(Tee-off) 가 알맞은 명칭이다.

ㆍ퍼팅 라이(putting lie) X → 퍼팅 라인(putting line) O
골프 채널을 보면 ‘라이’를 ‘읽어야 한다’는 표현으로 사용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라이’(Lie)는 ‘놓여 있는 상황’으로 ‘퍼팅 라이’의 뜻은 알맞지 않은 표현이므로 ‘퍼팅 라인’(line)이라고 해야 맞다.

ㆍ티박스(Tee-box) X → 티잉 그라운드 O
티샷하는 구역을 흔히 ‘티박스’라고 하지만, 골프 용어에는 없으므로 2019년 골프 규정에 따라 ‘티잉 에어리어’ 혹은 ‘티잉 그라운드’라는 표현이 알맞다.

ㆍ더블파 (Double par) X → 쿼드러플 보기 O
더블파는 규정된 홀의 2배만큼 스코어가 나왔을 때 해당 홀을 강제로 종료하는 규정이다. 실제 골프 규정에는 없고 국내에서만 ‘더블 파’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실제 골프 규정에 나와 있는 명칭으로 ‘트리플 보기’(+3), ‘쿼드러플 보기’(+4), ‘퀸드러플 보기’(+5) 등으로 바르게 사용해야 맞지만 ‘양파’라고 흔히 사용한다.

ㆍ오너 (Owner) X → 아너(Honour) O
​첫 티샷을 준비하는 사람을 흔히 ‘오너’라고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오너’(Owner)가 아니라 ‘아너’(Honour)가 올바르다.

첫 티샷의 준비는 지난 홀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얻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위해 명예로운 자리에 올랐다는 뜻으로 ‘아너’(Honour)라고 한다. ​아마 옛날 귀족 스포츠답게 가장 좋은 스코어를 가장 높은 명예라는 의미로 ‘아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본다.

ㆍ몰간 X → 멀리건( Mulligan) O
티샷할 때 본의 아니게 악성 슬라이스나 훅으로 OB 선상을 넘어가거나 해저드에 빠질 때 동반자들이 배려차원에서 다시 한번 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멀리건’이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몰간’이라는 단어가 익숙하다.

ㆍ홀컵(Hole cup) X → 홀(Hole) O
공이 들어가는 곳을 두고 일반적으로 ‘홀컵’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홀(Hole)과 컵(Cup)은 같은 단어이므로 정확한 표현을 말하자면 홀과 컵을 각각 말하는 것이 맞다.

ㆍ라운딩(Rounding) X → 라운드(Round) O
라운드(Round)는 경기위원회에서 정한 순서대로 18개의 홀 또는 그 이하의 홀을 플레이하는 용어이므로 라운딩( Rounding)이란 표현은 잘못된 것인데, 필자 역시 이번 칼럼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ㆍ볼 (Ball) X → 포어(Fore) O
공이 앞 팀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날아가 위험할 때 흔히 “볼(Ball)”이라고 외친다. 이것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고 정확한 용어는 “포어(Fore)~”라고 해야 하며, 그 의미는 볼이 날아가서 위험하므로 조심하라는 뜻이다.

ㆍ레이아웃(Lay Out) X → 레이업(Lay Up) O
볼이 깊은 벙커와 해저드에 빠져 있거나 홀이 잘 보이지 않는 데 있어 홀을 바로 겨냥하기보다 안전하게 페어웨이로 쳐내는 플레이를 ‘레이아웃’이라고 한다. 이는 잘못된 용어이고 ‘레이 업’(Lay Up)이 맞다.

ㆍ싸인(Sign) X → 웨이브 업(Wave Up) O
흔히 파 3홀에서 플레이 속도가 느릴 때 그린에 올라간 앞 팀이 홀을 마감하기 전 뒤 팀에게 티샷을 허용하는 용어로 ‘싸인’을 준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앞 팀이 뒤 팀에게 치라고 할 때는 ‘웨이브 업’이라고 해야 한다.

ㆍ가라 스윙( kara Swing) X → 연습 스윙 O
‘kara’는 공(空)의 뜻이 있고 우리말로는 가짜 가(假)로 연습 삼아 스윙한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공을 맞추지 않고 공 위나 허공에 바람만 가르는 헛스윙 동작으로 영어식 표현은 ‘Air Swing’이라 해야 하지만, 우리는 이미 ‘가라 스윙’에 익숙하더라도 ‘연습 스윙’이라 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의 골프 역사는 아직 100년도 안 되었지만 대한민국의 골프는 이미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있어 우리의 기준이 세계적인 기준이 될 날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그렇지 못하니 골프 기준에 맞게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옳고 ‘골프 룰’ 역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만 친구들과는 그냥 쓰던 골프 용어를 써야 의사소통이 편하기는 하다.

“야~ 오너(아너)라고 먼저 ‘티박스’(티잉그라운드)에 올라가서 ‘가라 스윙’(연 습스윙) 그만하고, ‘오비’ 선상 언덕에서 ‘트러블샷’이라 ‘레이아웃’(레이업)한다고 ‘볼’을 ‘페어웨이’에 집어던지면 안 되며, ‘헤드업’해 ‘탑핑’하지 말고 ‘그린’에서는 남의 ‘퍼팅라이’(퍼팅라인)를 밟지 말고, ‘골프’ 룰이 바뀌었으니 뽈대(깃대)는 뽑지 말고 ‘홀컵’(홀)에 넣어~.”

윗글을 쓰다 보니 반 이상이 영어식 발음이고 대부분 틀린 표현이다. 그러나 우리가 의사소통하는 데 아무런 불편은 없어도 이왕이면 정확하게 알고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계속>

최재인 건축사

최재인 칼럼니스트  master@thegolftimes.co.kr